내 기억의 한계는 다섯 개다.
미꾸라지 통발에서 얻은 결론이다.
수로 여기저기에 통발를 넣다보면
다음날 와서는 어디다 넣었는지 뻘구덩이 밑바닥을 이리 긁고 저리 더듬어도
헷갈려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럴 때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곤혹스러움이란
미꾸라지를 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미꾸라지에 갓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5,6년 전, 미련퉁이 시절,
열 몇개를 한꺼번에 놓았다가 하루 아침에 서너 개를 왕창 잃어버리고
돌아선 적도 있다.
서서히 내 한계를 내가 알아, 이젠 다섯 개 이상은 절대 금물인데,
다섯 개 마저도 어쩌다 하나를 잃어버렸을 때 서글프고 한심해서
당장 미꾸라지 어부 노릇을 걷어치우고 싶다.
이런 애로를 일거에 해결해준 양반이
오늘 아침
혜성처럼 나타났다.
스무 개나 되는 통발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차근차근 걷어올리는
이웃집 박 회장을 논두렁에서 만났다.
통발에 길다란 줄을 단 것이었다.
아, 잃어버린 통발 값 아까워라.
나 왜 진즉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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