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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어제 하루는 바빴다(2) '전국노래자랑'에 도전

 

 

 

 

 

 

 

마누라가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게 된 건 순전히

마을 이장님 때문이다.

 

'이 나이에'를 들먹이며 사양하고,

'미끌어지면 그 챙피를 어떡할거냐'며...거절하고,

 

요리 조리 고사했지만 백중현 이장의

기고 떼미

충청도 고집과 그 성화를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곳 태안에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이 온다는 광고 현수막이 채붙기도 전

백 이장이 먼저 알고 알려온 건 거의 달포가 넘었다.

 

날이 가까워오자 어느새

백 이장이 직접 군청에 가서 참가 신청까지 대행하고선

신청서 보관용 반쪽을 막무가내로 던져놓고간 뒤에

챙기는 전화가 시도때도 없이 발발이 걸려왔다. 

 

 

 

 

도전하는 건 아름다운 것.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험난할 줄은 몰랐다.

 

 

 

 

 

오늘은 예심이 있는 날.

 

예선 참가자는 300명.

 

1,2차 두 번의 예심을 거쳐

8월 9일 태안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가하는

최종 15명을 선발하는 것이다.

 

(방영은 8월 24일 일요일 예정)

 

 

 

 

 

가족,친지들 응원부대까지 대동하여 모여든 군청 대강당은  

마을과 주민의 명예를 걸고서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열기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침 말복이기도 해서 큰 인심이라도 쓰듯

이번 지방선거에서 뽑힌 신관 사또가

빵빵하게 틀어주는 에어콘 공조시설이 되레 무색했다.

 

 

 

 

오후 1시에 시작한 1차 예심은,

 

마이크 없이 두어 소절 노래를 불러

심시위원이

'수고하셨습니다' 하면 불합격,

'합격' 하면 1차 관문은 통과되는 것으로,

 

3시간에 300명을 추려내야하는 생과 사의 첫 관문에서

벌어지는 벼라별 해프닝, 탄식과 폭소는 

매주 일요일마다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 화면보다

훨씬 생생하고 재미를 압도했다. 

 

 

 

 

2차는 1차 합격자 60명이 

비로소 노래반주기에 맞춰 노래하는 과정이었다.

 

장장 5시간의 예심이 끝났다.

 

 

 

 

 

15명 중의 한사람으로

합격.

 

8월 9일 오후 1시 녹화되는 KBS '전국노래자랑' 태안군 편에서

마누라는

사회자 송해 씨를 만나게 되었다.

 

 

 

 

 

이 사실은 사발통문으로 온 마을에 알려졌고,

그 옛날 장원 급제가 이랬을까 축하 인사가 쇄도함으로써

전화통에 불이 났다.

 

'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운운

마을회관 옥상의 확성기를 타고 이장의 육성이 온 마을에 울려퍼졌음은 물론,

 

부녀회에서는

즉각,

당일 응원 계획과 격려용 현수막 작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