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에는
어제 잡은 댓마리 우럭 갈무리도 하고 비에 적신 옷가지도 빨아널며
폭풍우로 혼쭐난 바다낚시 후유증을 추스렸다.
'가볼겨?'
읍내서 우연히 만난 이웃 박 회장이 거두절미 말 한마디에
바로 의기 투합하여
어제 건너편 구도항에 불시착해서 매어둔 배도 찾을 겸
해질 무렵에 서둘러 바다낚시에 다시 나섰다.
엉뚱한 항구에 정박해둔 배를 가져온다는 건 명분이고,
이심전심 본 마음은
대충 우럭 낚시를 마무리하고 어둑어둑 한창 장어 낚시에 열을 올려야 할 바로 그때
하필이면 폭우가 쏟아져 퇴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제의 허전함을
재빨리 메우는 일이었다.
마침 여름 휴가 나온 박 회장 아들래미가 몰아주는 차에 분승하여
구도항으로 치달렸다.
배를 띄우자 마자 어느듯
서산 해는 뉘엿뉘엿.
낚시 채비를 끝내고 더 어둡기 전에
선상 만찬인 라면부터 챙겼다.
오늘은
오로지 아나고, 바다장어다.
처음으로 해보는 이틀 연짝
바다낚시.
조황은 욕심만으로만 되지않는 가 보다.
어제 일진은 또 그렇다 치고
오늘은 입추, 말복에 세물 째라 물때 좋고, 바람마저 자
달이 중천에 떠있다.
자정무렵까지 고작
장어 네 마리.
'달이 밝아 그런가벼.'
안잡히는 날엔 달이 너무 밝아서 또 탈이다.
낚싯꾼의 핑계는
끝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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