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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여자들은 운동도 못하나?(2) 마을 체육공원

 

 

 

 

 

 

 

해가 졌다.

 

이 시간이 딱 좋은 시간이라며

삼삼오오 어디론가 간다.

 

어디로 가는 걸 가.

 

 

 

 

큰길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들머리에

얼마 전,

갑자기 공사가 벌어지더니 기와 팔각 정자가 들어서고

갖가지 체육 기구가 자리를 잡았다.

 

 

 

 

태안군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관문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산을 거쳐 태안으로 들어오는 길목이 크게 세군데가 있는데,

초입인 관문 자리에 '청정 바다,관광 태안'을 상징하는 테마 파크를 건설하려는

홍보 전략 사업이다.

 

세곳 중에 교통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리 동네도 그 중에 하나다.

 

 

 

 

 

 

어느 지역 신문에,

'뜬금없이 체육시설이 왠말이냐, 외진 곳에 누가 운동하러 오겠느냐.'

 

이런 내용으로 기사가 난 모양이다.

 

이를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은 격앙했다.

특히, 부녀회에서 나온 반응은 격렬했다.

 

'제대로 물정이나 알고 글을 썼나?'

'농사짓는 시골사람은 운동도 못하나?'

 

'여자들은 운동도 모르나?'

 

부드럽게 종합하면 이런 뜻이나

입에서 거칠게 나온 말을 생짜배기 그대로 담아내기

거북하다.

 

 

 

 

체육 공원이

전략적인 관문 가꾸기 사업의 일환이라면 어딘가 

빠진 느낌이 든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예산 편성이라면

만시지탄이다.

 

우리나라 행정은 어째서

관문 조성이니 테마 파크니 뭐니

 

타이틀만 거창하게 붙이려 들가.

 

 

 

 

그곳은

동네의 명소가 되었다.

 

해저무는 그곳에서 

'여자의 일생'

합창 소리가 울려퍼진다.

 

  

참을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한마디 못하고
헤아릴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아~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