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외가 익어감에 따라 노심초사 걱정이 하나
늘었다.
5년 전인가, 처음으로 참외를 재배했을 때
들쥐와 고라니의 등쌀에 오죽하면 두 손 두 발을 함께 들었을까.
노랗게 익어서 단내가 난다할 즈음이면
어찌 알고 번갈아 나타나 시식을 했을 뿐 아니라
참외밭을 아예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그 얄궂은 기억이 되살아나
시간 나는대로 참외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참외는 튼실하게 익어가는데
이제나 저제나 참외를 따는 타이밍이
내가 고심을 하는 대목이다.
나의 경쟁자는 고라니? 들쥐?
농사를 짓다보면 벼라별 일이 다 있다.
2.
비가 또닥또닥 떨어진다.
오늘
첫 참외를 땄다.
뒤늦게 뒷심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장마도 장마지만
여차직 그 놈들의 습격을 알 수 없기에
단안을 내렸다.
3.
옥수수도 땄다.
첫 옥수수다.
첫 참외에 첫 옥수수.
'첫'자가 들어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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