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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사랑의 무게는 얼마일가?

 

 

 

 

 

 

 

고추밭에서 고추가 익어간다.

 

고추가 발갛게 익어갈수록 하늘은

파랗게 파랗게 높아만 간다.

 

고추를 보노라면

가을은 성큼 다가온다.

 

마당에 늘어논 빨간 고추가 가을을 불러 손짓을 하면

앞뜰의 가을이 못이긴척

배시시 다가서는 것이다.

 

우리집 가을은 늘

그렇게 온다.

 

 

 

 

 

고추는 우리집에서 효자다.

 

초여름 밥상 풋고추에서 초겨울 김장의 고춧가루까지

끼친 공적은 실로 지대하다.

 

고추농사는 그런 재미로 짓는다.

 

 

 

 

 

오늘 두물 째 고추를 땄다.

 

굳이 횟수를 정해 딸거 까지야 없다.

시간 나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걸음만 떼면 된다.

 

채마밭의 즐거움이 이런거다.

 

고추의 단맛을

벌레들이 놓아두지 않기에 제때 제때 따는 게 상책이다.

 

 

 

 

 

 

처음 따는 고추가 초물이다.

따는 순서대로 햇살에 말린다.

 

마당이 제격이다.

 

집집마다 고추 건조기를 마련한다 부산하더니

아까운 시골의 서정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우리밭에서는 한번 딸 때마다 한 근 반 정도의

마른 고추가 나온다.

 

오늘이 두물이라면 이제

세 근이다.

 

 

 

 

 

해묵은 재치문답 하나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마음은 무게로 얼마일가요?'

 

마음이 두근두근 하대서 네 근이라고 답하는 사람,

두근반두근반 하므로 다섯 근이라는 사람,

두근반세근반 하기에 여섯 근이라 하는 사람.

 

각양각색이다.

 

사랑의 무게는 무거울수록 좋기에 나는

여섯 근으로 본다.

 

 

우리집 고추따기도

이번 주에

여섯 근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