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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귀촌 10년의 교훈은?

 

 

 

 

 

 

 

바로 아래 있는 지금 그림과 비교해서 사진을 보니

말마따나 격세지감이다.

 

해가 뜨도 3천 번은 떴고

보름달이 그동안 백번은 비추었다.

 

세월이 묵으면 역사가 된다.

 

 

 

왼쪽 어깨 회전근개에 이상이 온 건 귀촌 직후다.

10년 전, 귀촌 첫해 초봄이었다.

 

지금은 아무자개도 몹쓸 잡초라도 우거져 보기에 심심치않지만 

그 때야말로 허허벌판 같은 4백평에 첫 농사인 감자를 심기로 하고

비닐 멀칭을 할 때 탈이 났다.

 

일당 5만원에 동네 아주머니 두 분이 와서 도와주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비닐 롤을 이랑 위를 끌고가면 다른 한 아주머니와 나는 양쪽에서

삽으로 흙을 떠 비닐 가장자리를 눌러가는 일이었다.

 

아주머니들이야 몇십 년 해오던 일이나

멀칭이라는 말도 처음 듣거니와 나로선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3인 1조가 보조를 맞춰 하는 삽질이 시작하자 마자 죽을 맛이었는데

남자 자존심에 천천히, 쉬어가며 하자고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

 

이 때 어깨가

탈이 나버린 것이다.

 

농삿일에 제법 문리가 트인 지금이야 그까짓 멀칭 쯤 혼자서 살곰살곰 해도 되는 일인데

무슨 짝으로 일당까지 줘가며 병은 병대로 만들어버렸으니

두 아주머니를 볼 때마다 절로 어깨에 손이 가며

헛웃음이 나온다.

 

하긴 그 시절은 귀촌 초년병이라

죽을판 살판 모르고 들뜬 마음에 의욕이 넘쳐날 때이기도 했다. 

 

 

 

 

왼쪽잡이가 왼쪽 어깨에 탈이 났으니

그 후 노동력은 떨어졌고 그나마 성실 근면(?)으로 버티는 게

오늘날 나의 일상이다.

 

농촌에 정형외과가 많다.

물리치료실은 노인들로 만원이다.

 

한번 탈이 나면 물리치료니 뭐니 병원 문을 제집같이 들락거려도

좀체 낫지않는게 농촌 일이다.

 

 

 

 

 

귀촌 첫해 첫 농사에서 얻은 교훈:

 

'산만하게 일 하라.'

 

한가지 일만 장시간 하지마라.

이것 저것 이일 저일 찔끔찔끔

동시다발로 하는 것이다.

 

하기야 저 일 하러가다 이 일이 보이면

이 일을, 

이 일을 한참 하다보면 저 일이 퍼뜩 생각이

저 일을 찾아가서 하는게

농촌 일이긴 하다.

 

 

 

 

 

오늘 아침부터 매실 밭 잡초 제거에 들어갔다.

갑작스레 들깨 모종을 심는 바람에 미뤄졌던 일이다.

 

봄에 거름 준 건 매실이 안먹고 이 놈들이 다 먹었나 보다.

 

장마통인데도 비가 안와서 그나마 망정이지 밀림 일보 직전이다.

밭두렁 입구가 헷갈릴 정도다. 

 

잡초덤불을 곡괭이로 헤치고 나니 마치 신작로가 생긴 것처럼

뻥 뚫렸다.

 

 

 

 

하루 종일 꼬박 잡초와 씨름만 한 건 아니다.

 

가지와 피망 밭에 물도 주고,

지지대를 박아서 토마토 가지를 단끈으로 묶어주고,

구아바 열매도 가위로 솎아주고,

 

하다못해 오래전에 가지를 쳐 두었던 울타리 시눗대를

오늘에야 청소하는 등,

 

여기로 저기로 왔다 갔다

바빴다.

 

 

 

 

몇 가지 일을 패키지로 하다보면 골고루 움직이게 되므로  

어느 한 쪽에 무리가 가지않는다는 것.

 

'산만하게 일하라.'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