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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야콘 모종을 분양하며 생각나는 이야기

 

 

 

 

 

 

 

 

 

 

야콘 심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핸 모종 3백여 개를 만들었다.

대략 2백여 개는 우리밭에, 100개는 분양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모종시장이나 야콘 농장에서 택배로 보내온 모종을 심어오다

작년부터 내가 직접 야콘 모종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112개를 재배했고,

70여개를 마을의 이웃에 나누어 주었다.

 

모종값 절약도 절약이려니와 모종을 직접 만든다는 재미,

게다가 이웃에 분양해주는 즐거움도 크다. 

  

 

 

 

 

 

야콘 모종을 나눠주는 이맘 때면,

 

그 언젠가, 아마 여기에 내려온 직후인 2005년일게다... 

무거운 양파망을 어깨에 들쳐메고 왔을 때

'버갯속영감'의 말씀이 생각난다.

 

 

 

 

  영감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썼다.

  “소릿길이... 숨은 더 차네...”

  영감은 두어 걸음 물러나 현관 앞 계단에 주저앉았다.

  “내... 양파 죄끔 가져왔네.”

  “양파를 요?”

  계단 옆에 분홍색 양파 망태가 덩그렇게 놓여있었다. 비로소 나는 버갯속 영감이 어깻숨을 몰아쉬는 이유를 알았다. 그곳에서 오는 길이 지름길이긴 하나 오르막이 가팔랐다.

  “이걸 우찌 가져오셨십니꺼?”

  “들고서 올 수야 있남. 이러키 묶어... 들쳐메구서 왔지.”

  영감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양파 망태가 울룩불룩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중간 중간을 노끈으로 묶은 다음 멜빵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무게를 가늠해보려고 슬쩍 들어보니 어림없었다. 두 손을 모아서야 나는 간신히 들 수 있었다.

  “제가 차로 가져오모 될낀데... 우째 이러케?”

  “장마가 온다는구머. 미리 주어야지. 지나고 주머 소용없슈.”

  “그런데예, 이런 걸 주시도 되는 깁니꺼? 농협에 내야지예.”

  “허허. 무신 소리여. 주는 건 좋은 놈을 주어야 혀.”

  “예?”

  “그래야 기분이 좋다니께.”

  “..............”

  “허허, 넘이 기분이 좋으머 내 기분도 좋다 말이여.”  

 

 

 

 

 

'주는 건 좋은 놈을 주어야혀.'

 

영감님은 떠나고 없어도 남긴 뜻은 아름답고

실행은 위대한 것이었다.

 

울림으로 치면,

꾀죄죄한 촌노의 한마디가 내노라는 왕후장상의 명언록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