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일년 열두 달 상추가 있다.
동네서 나는 상추박사로 통한다.
지난 해 비로소 모종 만들기에 성공하여 올해는
백 여개를 십여 가호에 나누어준 야콘농사가
이제 겨우 석사과정이라면
상추는 박사가 맞긴 맞다.
10년 전 집을 짓기 시작할 때 벌써,
부산한 공사판 옆 짜투리 땅에
상추부터 심기 시작한 역사를
나는 가지고 있다.
삽겹살 먹을 때 만큼은 꼭 상추가 있어야 된다는,
그동안 내가 보아온 동네 사람들의 식성으로 보아
우리집에서 상추를 급히 가져갈 때는 분명
삽겹살 굽는 날임에 틀림이 없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 만 하더라도 옥향 할매도 가져갔고
광태네 아주머니도 '말은 쬐끔이라며'
두어 뿌리 통째로 잘라갔다.
사람 사는 정이란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서 나오는 것임을
안다.
보름 전 심은 상추 모종이
이렇게 자랐다.
우리집
동네 상추밭.
잡초 뽑고
열심히 물을 준다.
박사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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