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숟가락 놓자마자
신발끈 동여매고 달랑 물병 하나 들고 문밖을 나섰다.
캐던 나물바구니 대바구니 내던지는 봄바람의 변덕이 이렇나,
심어야 할 고추모종들이야 내몰라라,
어쨌든 팔봉산에 올랐다.
이렇게 좋은 산을 가까이 두고 뭘 하는지...
하는 생각은 팔봉산을 올 때 마다 되풀이 한다.
오늘도 그랬다.
산천경개가 뵈는 거와 보는 게
같을 순 없다.
신록.
단풍은 태어날 때부터 붉다.
위를 보고 걷다가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푸르기야 아래 위 다를소냐.
딱따구리 소리렸다.
소나무에 이런 복주머니가 달린 건
처음 본다.
머리꼭대기를 지나며 남겨준
태풍 콘파스의
널브러진 상채기,
뿌리채 뽑힌 아픔도,
이러구러 몇 년이 지났나,
파릇파릇
세월이 말해준다.
저기,
팔봉산 꼭대기가 보인다.
팔봉산에 왔다하면 그동안 적당히 늘
1봉 감투봉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은 3봉,
정상에 오른다.
쉬다 가다 바쁠 거야 없다.
찰랑거리는
이
페트 물병이 친구다.
갑오년 새해 묵은 다짐
봄바람 따라
오늘 한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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