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해
3월을 기다려
나는 황토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28년 이장을 지낸 70대의 노인과 50대인 나는
친구가 되어
공사판 한구석에 쪼그려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10년 전
어느날이다.
“집 짓는 거이 쉬운 기 아녀.”
그동안 자주 버갯속 영감이 하던 말이었다.
“쪼끔 숨이 가뿌네예.”
보람 뒤에 남아있는 내 심정을 이렇게 나타냈다.
“요기다 집 지을 생각은 워쩌 한기여?”
“바다가 보이고, 들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예.”
“허긴 그려. 자린 괜찮여.”
“자릴 잡고보모 그럴 듯 하지예. 엄두내기가 그렇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 자리에다 집을 지을 생각을 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축대를 쌓을 돌을 덕산 인근의 채석장에서 수십 대 날랐다.
흙도 몇 차례에 걸쳐 상옥이나 어은에서 거의 백 대 분을 갖다부었다.
“허허, 워찌 요기루 오기된 기여? 궁금혀.”
오늘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영감이 물었다.
“영감님 만날라꼬 온 거 갑십니더.”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크게 대답했다.
영감은 가는귀가 살짝 먹었기 때문이다.
“날 만날라구? 허허.”
영감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 거, 갑십니더.”
나는 슬쩍 영감을 쳐다보며 강조했다.
“요기 오기가 쉬운 데는 아녀.”
그 영감님은 4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춘삼월
이맘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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