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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의 하루- 고구마묵,삶은 거위알 그리고 피망 모종

 

 

 

 

 

 

 

귀촌의 하루,

볼 일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가끔 읍내, 부득이한 번개출입 빼곤 무슨 일을 하는지

울타리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발걸음은 재고 손놀림은 바쁘기도 하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마파람에 날아 펄럭리는 멀칭 하자 보수에다

비닐하우스 채광을 위해 가림막 일부를 잘라 걷어주는

묘수도 부려야 했다.

 

 

 

 

봄철 한때 일상이 그렇다는 얘기다.

농사란 크고 적고 간에 시가 있고 때가 있다는 증좌다.

 

무슨 일이 그리 바쁘냐고 나더러 묻는 사람이 많다.

 

7백평 땅에 집터, 서재 컨테이너, 하우스 창고 자리 빼고 5 백평 남짓 땅을 건사하는 나와

선조 대대로 내려온 수만 평을 경작하는 이웃들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이야기할 꺼리는 된다.

 

농부가 바쁜 건

경작하는 땅 넓이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내 지론을

참다못해 어쩌다 입이라도 한번 뻥끗하는 날엔 

다들 웃는다.

 

 

 

 

오늘 마을 순방에 나섰다.

순방 명분은 '피망 모종 문안'이다.

 

버갯속영감님 댁 보온 온상에 곁방살이 시켜두었던 피망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3주 전 쯤, 고추모종 가식을 도우러 갔을 때

어린 고추모종을 보니 그제서야 생각이 나서

급히 시장에 나가 씨앗을 사다가 내 손으로 직접 뿌렸던

그 피망이다.

 

 

 

 

당초 희망과 기대완 달리 모양새가 여엉 실망 일보직전인데,

마침 트랙터 수리를 하다말고 달려와서

온상 주인장이 하는 말:

 

날이 풀렸응게 자랄려면 확 자라유.

...허긴 고추종자 헐 때 했어야 허는디 쬐끔 늦긴 늦었슈.

 

들었다 놓았다 둘러치나 메치나 그말이 그말.

무슨 말씀인진 대충 알아들었다.

 

 

 

 

오랜 걸음했다며

차 한잔으로 붙잡는데... 

삶은 거위알은 몇 십년 만이다.

 

돌아나올 땐 사모님이

갓 만든 고구마묵까지...

 

듣도 보도 못한 고구마묵이다.

 

콩국에 띄워먹었던 우무가사리묵과 흡사하다.

 

 

  

 

 

 

귀촌의 하루.

볼 일도 많고 할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