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반상회 참석률이 저조하여 고육지책으로 이 방법을 택한
지도부의 선견이 주효하였다.
'세월 좋아졌수다. 금강산에서 반상회두 허구...'
절로 탄성이 나올 법도 하게
어제 읍내 불갈비집에서 반장 이취임식은 모처럼 성황을 이루었다.
맨날 마을회관에서 소머리 국밥이나 먹다가 비록 돼지갈비이긴 하나
읍내라는 분위기에 소주 맛이 같을 순 없었다.
몰고온 차들을 핑계로 술잔을 다들 건성으로 기울이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애시당초 선언한대로 나는 차를 금강산에 두고 왔다.
오늘 아침나절 일찌감치 마을버스를 타고 차를 가지러
금강산으로 갔다.
'어라! 키를 안가지고 왔잖아...'
다음 마을버스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라 도리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집 앞에서 자동차 키를 받아쥔 나는 택시 머리를 다시 금강산으로 돌렸다.
묻지도 않는 택시기사 뒷통수에다
황당한 자초지종을 넋두리 삼아 어이없는 심사를 달랬다.
"이런 일이 있어야 택시도 먹고사는 거 아니겠소?"
백미러에서 히죽히죽 웃는 기사에게
실없이 한마디 던졌다.
"= = 떼놓고 장가 간거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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