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노천에 그대로 달려있던 박을 땄다.
봄맞이 환경 미화를 겸해 마른 줄기와 함께 걷어버린 것이다.
땅에 떨어져 나둥그러진 품새 하며 제멋대로 쭈그러져 볼품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걷어차버리기에 딱 좋은 모양새다.
내친 김에 박을 잘라보았다.
말라 비틀어진 주제에 딱딱하게 굳기는 돌덩이 몯지않아 깨뜨려야 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내 생각이 잘못된 걸 알았다.
씨앗이 촘촘히 박혔다.
튼실한 박씨다.
하물며 지난 겨울을 지나며 온갖 풍상을 겪은 박이다.
올해 나는 이 박씨를 심기로 했다.
왠지,
여름 내내 하얀 박꽃을 보란 듯이 피우고 가을에는 덩실덩실 보름달같은 박을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어줄 것만 같다.
차라리 겉 다르고 속 다르기는
우리집 박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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