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칸트라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서 보고 배웠다.
마을 사람들이 칸트가 산책하는 시간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는 일화 말이다.
눈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낮 2시의 산보는 거르지않는다.
내가 칸트가 아니기에 딱 2시라기 보다 2시를 전후로 해서
대충 그 때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집을 나서면 곧장 솔밭이다. 이른바 도내리오솔길의 시작이다. 꾸불꾸불 한참 내려가다보면 실개천에 논길이 나오고 돌아나가면 절로 시야가 탁 트이며 간사지 논이 전개된다. 농로를 지나 굽어들면 저만치 도내수로가 보인다. 이쯤 가면 철새들이 무리지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발자욱 소리도 크게 내지않건만 발밑에서 푸드득 날아오르는 장끼 까투리가 무정하게도 사람을 놀래킨다. 양지바른 논 둔덕에서 낮잠을 자다 들킨 고라니들이 제풀에 튀어나와 빈 논 가운데를 가로질러 질주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만나는 곳이 여기다. 긴 수로 뚝방을 한참 걷다보면 저멀리 팔봉산이 시야에 다가온다. 팔봉산은 내내 그 자리에 있건만 내가 보는 풍경은 매일 다르다. 흐린 날은 아스라하고 쾌청한 날은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병풍되어 바로 코 앞이다.
되풀이되는 일상이 겨울나기 시골살이다.
귀촌이 칸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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