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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태양광 발전설비 공사... 2개월의 자초지종

 

 

 

 

 

태양광 주택 정부지원 50% 실시!

햇빛도 돈이다! 태양광 자가발전 시스템

 

무엇이 잘못됐을 가, 어디가 문제일 가.

 

 

 

 

11월 중순 어느날 걸려온  집 전화를 받았다.  태양광 발전을 홍보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인근 동네는 무차별로 전화를 건듯.

 

3년 전,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가져 한번 검토한 적이 있기에 걸려온 전화에 나는 일단 관심을 보였다. 당시는 투자금액에 비해 회수기간이 길어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쓰는 전기사용량이 늘어났고, 몇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된데다 누진이 가중되어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2년 11월    355키로   =>    61.000원

2013년 11월    466키로   =>  112.000원

전년에 비해 사용량이 111키로 증가한데 비해 부과되는 요금은 거의 두배 가까이 오르는 것이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의 체계이다.

 

 

 

 

 

 

며칠 후 11월 14일 영업담당 CEO라는 명함을 내놓으며 태양광 회사에서 우리집을 방문했다. 인근 팔봉면 호리가 고향이고  인근의 태양광 설비공사를 도맡다시피 했노라는 자기 소개와 함께 두툼한 그동안의 계약서철을 일부러 들춰보이며 영업실적을 은근히 자랑했다. 그중에는 가끔 가는 음식점인 팔봉식당도 들어있었다.  

  

나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가능성을 물었다.

1. 서재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 위에 설치한다. 단,컨테이너를 지지하여 땅에다 안전장치를 보강한다.

    집 뒤가 바다라 마파람이 불땐 사람의 혼을 빼놓으므로 별도의 안전장치가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2.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는 LS산전 제품을 쓰도록 한다.

   산전의 모듈과 인버터는 내가 잘 아는 제품이었다. 

 

첫째,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말라며 '땅을 1.5미터 정도 파서 파이프를 묻고 시멘트를 부어 컨테이너에 용접을 해서 고정시키면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 안전 문제는 일찌감치 해소되었다.

두번째는 LS산전에서는 인버터가 생산 안된다고 우겼다. 그게 무슨 소리냐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어딘가 전화를 건 다음 내 말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내가 아는 영업맨이란, 적어도 자기 영업영역에 관련되는 업계의 제품은 술술 꿰고 있어야 정상인 데 영업하는 사람이 저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계약을 하지않았다. 차로 5분거리에 있는 팔봉식당을 방문해서 몇가지 점검해보기로 하고 일단 돌려보냈다.

다음날인 11월 15일 팔봉식당 방문했다. 대중식당이라 가정용인 3키로와트의 두 배인 6키로와트 설비를 했으므로 조건이 달랐다. 업소용 태양광 설비였다.

 

11월 20일. 년말도 가까운데 어떡 하시겠느냐고 다시 영업담당의 전화가 걸려왔다. 날이 추워지는데다 한겨울에 공사를 하고싶지않아 한편으로 미적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 전화가 걸려왔기에 마음을 돌려 내일 만나자고 말했다. 나보다 집사람이 태양광 발전에 관심이 컸기도 했다.

 

11월21일 **에너지공사와 태양광 설비공사 계약

11월22일 선금 800.000원 농협구좌로 입금

 

 

그동안 눈이 몇차례 내렸다. 2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어 언제쯤 공사를 할 거냐고 재촉 겸 물었더니 년말이라 공사가 밀려있다고 했다. 며칠 늦는 거야 좋지만 튼튼하게 공사나 잘 해달라고 통화 말미에 또 부탁을 했다. 안전은 걱정하지말라며 약속대로 하겠다고 느릿느릿한 말투지만 시원하게 다시 확인해주었다. 

 

 

 

 

 

12월 14일 아침 7시. 설치 인원 2명 도착했다. 그 시간에 새벽같이 대전을 출발하여 눈까지 내린 길을 달려왔으므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강풍에 대비하는 안전 시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점검했다. 놀랍게도 그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차에 싣고온 자재도 없었을 뿐더러 아예 그런 말 조차 들은 적이 없다는 작업자의 말에 나는 아연했다. 계약 때부터 그리고 통화할 때마다 그렇게도 강조한 내 말은 묵살한 것이었다.

 

나는 화가 났다.  2010년 9월 2일 새벽 우리 동네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가며 남긴 태풍 콘파스의 위력을 실감했기에 그토록 강조한 안전대책의 불감에 화가 난 것이었다.

 

나는 영엽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와서 엉뚱한 소릴 하시면 어떡 하십니까?"

 

"나더러 엉뚱한 소리한다고?"

 

"그러시려면 20만원 별도로 부담해야합니다."

 

"계약할 때 그런 이야기 없었어요?  '다음에 사고가 나면 우리가 더 골치 아프니 걱정마세요. 땅 1.5미터 파서... 시멘트 부어 안전시공을 하면 됩니다.' 당신 입으로 말했잖소. 1.5미터 땅을 파는지 묶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이 말했기에 알지. 안 그렇소."

 

"그렇게 하면 우린 완전 손해입니다. 남는 게 없어요. 요청하신 LS산전 제품은 우리가 취급하지않는 자재라 일부러 사왔습니다. 감안하셔아죠."

 

"그건 계약할 때 내가 들어서 다 아는 말이요." 

 

내 목소리가 올라갔고 영업담당은 막무가내였다. 태양광을 설치하러 왔던 작업자 2명은 마당에서 서성이다 커피 한잔 마시고 그 길로 돌아갔다. 보강용 자재를 준비해오지 않았기에 어차피 작업은 불가능했다.

 

LS산전 제품인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는 명기를 했으나 1.5미터를 파고 어쩌고 하는 말은 계약서에 일일이 기입하지않았다. 나로선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었고 전제였기 때문이었기에 오히려 대수롭지않게 넘어갔었다. 

나는 농촌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의 기본소양을 생각했다. 내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말은 이날까지 평생 처음 들어보았다.

 

 

정나미가 떨어져 그 뒤로 나는 연락을 하지않았다. 전화도 걸려오지않았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선금 80만원이 그쪽 구좌에 이미 가있다는 사실이었다.

 

며칠 기다려보자던 집사람이 전화를 걸었다. 

 

"나머지 공사대금 전액 선입금해야 공사 하겠습니다. 20만원도 더 주셔야 합니다. 공사 하러 사람 보냈더니 헛걸음하고 돌아왔습니다."

 

점입가경이었다.

 

"공사도 안했는데 공사대금을 다 주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생각해보세요."

 

어이없어 하던 집사람은 대전에 있는 **태양광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들려온 결론은 여전히 공사대금 전액 선납이었다. 시비를 가리자고 시작하면 갈수록 판이 커질 공산이었다.

 

'나이 먹어가며 엉뚱한 소릴 한다는 말 들어서 되겄소. 태양광 액땜 하는 셈 치고 20만원 줘버립시다.'

 

 

 

 

12월 31일. 2013년 마지막 날.  드디어 태양광 발전 설비 공사를 했다.  

댓시간이면 되리라던 공사는 열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주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작업자의 두 끼 식사를 조달했다.

그러나 오늘도 시멘트는 미리 준비해오지 않았다. 나는 군말 하지않고 어송 대문다리에 있는 건자재상에 달려가서 내돈 주고 시멘트 다섯부대를 사왔다. 컨테이너 둘레 네 곳에 땅을 파고 '20만원 짜리' 공사를 하긴 했다. 

 

해가 짧은 탓에 10년 전 집 지을 때 사용하고 처박아두었던 대형 조명등을 꺼내 내가 비춰주기도 하며 강행군을 했다. 그 따뜻하고 좋은 날 다 놔두고 섣달 그믐 제야의 종소리가 몇시간 남지않은 이 시간에 을씨년스럽게 이 무슨 북새통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칼바람소리 드높은 캄캄한 밤에 끝났다. 어둠을 뚫고 농협에 가서 오늘 작업자들이 보는 앞에서 20만원을 포함한 나머지 공사대금 620만원을 기분좋게 송금했다. 

 

 

 

1월 15일 전기안전공사에서 나와 안전 점검을 여기저기 하더니 검사필증 붙였다.

 

 

 

 

 

 

 

1월 16일 한전으로부터 태양광 계량기 대금 납부 고지서 우편으로 수령

1월 17일 계량기대금 78.660원 무통장 입금

 

1월 21일 12시30분~13시30분 한전 외주업체인 기기 설치회사에서 나와 계량기 2개 부착했다. 공사를 하기 전에 사진을 찍고 공사를 마친 후에 사진을 찍어 한전에 제출해야 한단다. 오른쪽은 수전 전력량계이고  왼쪽은 발전된 전기가 저장되는 잉여 전력량계이다.

 

작년 11월 21일 계약에서 오늘까지 꼭 두달 만에 태양광 발전 공사는 이렇게 끝났다.

 

 

그래, 태양광 발전...거꾸로 열심히 잘 돌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