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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19화) “ 아니야, 다시 한번 생각해봐.”

 

 

19.    

 

 

  맨먼저 해야 할 일이 인원 선발이었다.

 

시간이 없었다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내가 산전CU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거친 직무는 본부의 총무, 심사, 인사, 홍보, 업무, 사업부 기획 그리고 청주 관리담당 공장장이었다인사는 계전 산전 합쳐서 십여 년에 이르렀다

프로젝트에 맞는 스펙의 인원은 일일이 인사 자료를 검토하지 않더라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산전CU4개 회사에서 리더 급에 해당하는 관리자들은 그동안 운영해온 '인재개발위원회' 제도를 통해서 개인별 수준을 파악하고 있었다. .

  

나는 에이플랜 팀 멤버의 구성과 스펙 결정의 틀을 잡았다.

 

첫째, 부장/과장 비율과 이공/인문, 상경 비율을 각각 64로 한다.

           회계, 경리, 인사, 연구소의 인원까지 선발 대상의 폭을 넓힌다

둘째, 사업장 별( SPG 단위 ), 주요 기능별에 매트릭스로 인력을 추출한다.

셋째, 일어 영어 우수자를 우선한다.

넷째, 최소 12명에서 최대 15명으로 한다. 중도 탈락 대비 여유 인력을 감안한다.

다섯째, 후보 개인별 면접을 하되 확정시까지 담당임원에게는 비밀로 한다.  

여섯째, 선발된 인원은 퇴직 처리를 하고 중핵회사인 산전으로 전출한다.

   

나는 이희종 CU장과 협의를 했다.

경영회의에서 이희종 CU장은 에이플랜 구성에 대해 나한테 전권을 위임하며 각사 사장들도 적극 도와주어야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늘어난 인원에 부장급 중심으로 직급이 올라간데 대해 내심 염려가 없진않았다.

 

 

 

 

 

 

 

 

" 좋아. 그렇게 하자구. "

 

CU장은 인선 원칙에 동의했다

 

그런데... 김 이사! ”

".........." 

왜, 하니웰 사람은 한 사람도 안넣었지? ”

 

뜻밖의 질문이었다.

 

하니웰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지않습니까 ? ”  

아니야, 다시 한번 생각해봐. ”

“ .................. ”

하니웰도 참여해야지.  CU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니웰도 알아야 할 게 아닌가. ”

그렇긴 합니다마는... ”

언젠가는 하니웰도 합쳐야 돼에이플랜 작업은 CU 전체의 관점에서 사업구조를 검토를 해야 할 거야.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이야. ”

 

금성하니웰도 통합의 대상이라는 뜻이었다.  CU 4개사중에 하니웰은 이번 3사 통합에서 제외되었다고 안도하는 참이었다.   CU장은  4사 통합까지 내다보고 있었다그렇다면 3사 통합 에이플랜 프로젝트는 산전CU 4사 통합의 첫 단계임을 의미했다.

 

 

  CU장은 한마디 덧붙였다.

 

“ 맞어. 김 이사. 이번 통합작업은 공부도 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자질도 높이고... 좋은 기회야. ”

“ ................... ”

 

우리의 자질을 높이는 기회. ’

 

1년 7개월 동안 매달 2억 원이라는 돈이 매킨지에 들어가는 에이플랜 프로젝트이다.  38억 원은 비싼 수업료다그 뿐만 아니다. 매킨지 컨설턴트 3인의 호텔 숙박비, 매주 주말 일본을 왕복하는 항공료 등 간접 경비가 별도로 있다 이희종 CU장의 의중은 구호가 아닌 실질이었다.

 

한편으로 내가 그린 그림, '산전 본질의 추구.' '산전 사업가치의 추구.'와 맥락을 같이하는 CU장의 말이었다.  결국 인재육성이었다.

 

그룹은 인재개발, 인재육성을 외쳐왔다.  심사부장 시절인  85년에 나는 필리핀의 마카티에 있는  AIM에 두달동안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교육행정이 어렵듯이 그룹의 인재개발, 인재육성 또한 되돌아보면 제자리걸음이었다이처럼 구호와 실제가 달랐다.

 

<에이플랜>은 산전CU에 있어서 거대한 인재육성 프로젝트였다.   <에이플랜>은 단순히 3개사를 통합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CU장실을 나서는 내 발걸음 무거웠다. 발등의 불. 인원 선발, 선정한 인원을 현업에서 바로 데려오는 일. 재작년 OVA 프로젝트를 맡아 시작할 때도 절감했기 때문이다

 

 

(19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