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17화) '방금 남용이가 다녀갔어!'

 

 

17.  

  

 

 

이희종 CU장실을 나온지 한시간도 되지않았다. 비서실의 미스 최로부터 인터폰이 걸려왔다.  CU장이 나를 찾으신다는 것이었다.

 

'방금 남용이가 다녀갔어!'

 

CU장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문서를 슬쩍 나에게 밀며 말했다. '그룹 V-추진본부'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93812일자였다. 바로 오늘 아침에 만든 문서였다.

어제 산전CU 경영회의에서 산전 계전 기전 3사의 통합작업에 들어간다는 경영회의의 결정과 함께 내가 팀장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에 그룹 회장실의 남용 상무 산하 V-추진본부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김 이사 할 일만 남았어...이제.  의사 결정할 건 해줄테니까... '

 

CU장의 말투는 떠듬떠듬 했지만  내심 서둘러주기를 바라는 기색이었다.

한편으로 나는 '남용 그 양반 여기 왔으면 내한테 둘렀다 가지 그냥 가버렸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게 철처하게 톱다운 마케팅을 구사하는 매킨지의 물을 먹은 V-추진본부의 색깔임을 OVA할 때 이미 알았다.

 

 

 

 

 

 

 

 

< 금성산전 프로젝트 관련 협조요망 사항 >이라는 제목으로 된 이 문서는 산전CU의 금성산전,금성계전,금성기전 3사 통합 프로젝트 운영의 가이드가 될 두 쪽이었다.

산전 팀 멤버를 구성하는데 선발요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에이플랜 팀원의 선발요건은

 

첫째, 팀 리더(1)는 사업부 전반에 걸친 지식을 소유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였다. 특히 CU장 및 금성계전,금성기전 등 법인사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괄호를 쳤다.

그리고 PMA(Positive Mental Attitude),  Flexible한 사고와 실행단계에서의 추진능력과 영어 또는 일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이사급 이상을 선정해야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둘째, 팀 멤버(7- 8)는 주요 기능별로 핵심요원 (기획관리, QC, 자재/구매/외주, 생산기술/자동화, 설계, 연구소, 수출, 상품기획)으로 역시 PMA, Flexible한 사고, 실행단계에서의 추진 능력과 영어 또는 일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부장급 또는 과장급 사원이었다.

 

셋째는 지원요원(1- 2)은 타이핑, PC, 업무보조 여사원(가급적 매킨토시 가능자)와 업무용 운전기사 등으로 필요시 파트타임으로 추가 투입을 요망했다.

 

회장실의 지원요원은

매킨지에서 후지모토 킨지( 藤本錦司 ), 아라마키 겐타로( 荒卷健太郞 ), 崔棟旭 ( 3), V- 본부에서 하희조 부장, 박희석 과장, 박문환 대리 외 1- 2명으로 풀타임이었다.

 

사무실의 작업환경은

첫째, 조용하고 격리된 장소로 프로젝트 요원의 사무실과 회의실을 마련하고,

둘째, 비품은 전자칠판, 매킨토시 PC, 책상, 전화 등이었다.

 

나의 시선을 끈 건 비품은 전자 칠판, 매킨토시 PC, 책상, 전화 등의 표현까지 들어있는 부분이었다. 자질구레할 정도로 철저했다. 사내에는 전자칠판이 없었다.

 

이 문서대로라면 산전으로서는 팀 리더가 선정되었고 회장실 V-추진본부의 지원요원 만 확정이 된 상태다.

 

나는 문서를 여러번 읽었다. 그리고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사업부의 전번적인 지식, 컴뮤니케이션 능력, 긍정적이며 유연한 사고, 외국어 능력 등등 과연 팀 리더로서 내가 여기에 합당한가.'

 

    

(17화끝)

 

 

 

바로 직전인 1993년 3월. 경영이념 실천우수자 수상기념

축하식장에서 함께한 남용 상무(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