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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60대 남자가 사는 법... 務實力行에 無言은 필수 덕목

 

 

 

 

 

 

 

 

시야에 들어오는 팔봉산이 오랜만에 면경 알 같다.

날이 풀렸다.

 

 

 

 

아침나절에는 읍내 재래시장 어물전에 같이 가서 생새우,굴,청각을 사왔다.

물이 좋다는 말에 장거리 메모에 없는 생대구 두 마리를 치켜들었다.

푸줏간 수육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주고나면 돌아올 줄 모는다며 다이소에 들러 이런저런 김장용기도 잔뜩 샀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 초입의 병찬네 댁에서 2십여포기 배추를 실어왔다.

엊그제 내린 눈을 잔뜩 짊어진 우리 배추도 밭에서 대기하고 있다.

 

 

마누라는 본격적으로 김장 준비에 돌입했다.

 

딸네도 새끼들 거느리고 내려온다지만 사전 준비에 마무리까지 모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럴 땐 수시로 떨어지는 지시사항에 그저 말없이 충실한 게 빛나는

덕목임을 나는 안다.

 

 

 

 

오후엔 무 서른여섯 개를 땅에 묻었다.

 

바람 불고 땅 얼고 눈까지 내린 그동안의 궂은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루어오면서 자칫 바람이 들까봐 은근히 염려했던 일이었기에

점심 숟가락 놓자마자 그것부터 서둘렀다.

 

긴 겨울동안 왕왕 들쥐들이 땅굴을 파고들어와 맛있는 윗부분만 챙겨

갉아먹기 일쑤여서 애시당초 여간 신경을 쓰지않으면 안된다.

 

 

 

 

곧장 왕마늘 서른 통을 깠다.

햇살이 따사로운 창가에서 그림같이 앉아 마늘을 깠다.

 

갑자기 務實力行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왕마늘은 6쪽 마늘과 달라서 한 통이 거의 20쪽이다.

대충 셈을 해보면 6백쪽을 앉은 자리에서 깐 셈이다.

 

손놀림이 재바르다고 스스로 자임하는 나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잡혔다. 

세 시간동안 도닦는 기분으로 마늘을 깠다.

 

 

오늘 하루는 실로 無言力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