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도 서서히 김장전선이
무르익어간다.
버갯속 영감님댁에서 빌려준 무밭이다.
도내나루로 돌아내려가는 길에 있는 세 이랑이다.
보름가까이 늦게 무씨를 뿌렸기에 성장이 더뎠다.
그래서 큰 놈은 크고 작은 놈은 작아
크기가 들쭉날쭉이다.
외려 그게 잘됐다.
작은 건 총각무김치로 적격이다.
중간 건 동치미로 안성마춤이다.
그 중에서 큰 것은 땅속에 묻어놓았다가 겨우내
한두 개씩 때맞춰 꺼내 먹으면 생광스럽다.
뽑은 무를 차떼기로 실어왔다.
모두 뽑아오려면 능히 서너 번은 갖다 날라야 할 분량이다.
오늘은 한 차분이다.
마당에 부려놓고 정리에 들어갔다.
오늘은 총각김치를 담그기로 했으므로 작은 무는 무청이 붙은 채로
잔뿌리를 자르고 흙을 긁어내는 등 다듬었다.
큰 무는 무청을 잘라 빨랫줄에 걸었다.
수돗간에서 깨끗이 씻었다.
작은 거야 통째가 맛깔스럽지만 약간 큰 무는 4등분 아니면
2등분으로 칼집을 냈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일이다.
소금물에 절이는 일부터 집사람 소관이다.
내가 참견하면 잔소리가 된다.
밭에서 뽑아다준 우리집 못난이 배추 한포기에 굴 한웅큼 집어넣어
슥슥 버무려주는 배추겉절이에
막걸리 한잔으로 나는 조용히 목을 축일 뿐이다.
-
-
-
-
-
'歸村漫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눈 속에 미꾸라지 통발, 자연산 미꾸라지는 언제까지 잡히나 (0) | 2013.11.29 |
---|---|
귀촌일기- 해저무는 농촌의 서정...요새 날씨 왜 이럴가 (0) | 2013.11.28 |
귀촌일기- 국민건강검진,마을회관에서 받다 (0) | 2013.11.24 |
귀촌일기- 기억의 한계는? 황당한 읍내 출입 (0) | 2013.11.13 |
귀촌일기- 고구마 캐기는 계속된다,입동이 지났는데... (0) | 2013.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