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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태안 와룡 상경기)이젠 타향, 서울은 피곤하더라!

 

 

 

 

지난 토요일

 

14시30분: 교대역 부근 예식장

16시: 녹사평역 인근 예식장

18시: 역삼역 근처 예식장

 

친척,후배,동창친구 등 결혼식 3개가 겹친 날이었다.

 

한 두개 혼사같으면 시골 있다는 구실로 마음 눌러먹고 잠시 우체국 둘러 축의금으로 넘기겠건만

세 혼사의 시간 배열이 일견 절묘해

아침 일찍 마누라와 한양길을 나섰다.

 

가져간 승용차는 목동 인근에 주차시키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출발은 양천구청역이었다.

 

 

 

 

14시30분 혼사는 시간을 맞춰갔으나 그 다음부터는 지각을 했다.

20분정도 지각을 하더니 갈수록 지연되어 나중에는 한시간 가량 늦었다.

 

잰걸음으로 예식장을 찾아 고개마루를 걸어올라 가는데 이미 식사까지 마치고

돌아내려오는 친구들을 길에서 줄줄이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어둠이 깔린 밤거리에서 일일이

수인사 나누는데만 시간이 꽤나 잡혔다.

 

대삿집에 가서 배곯는다더니 그나마 저녁은 굶지않았다.

 

 

 

 

서울의 하루는 참 피곤했다.

피곤하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아닌 지하철.

 

한강을 사이에 두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날의 지하철 노선.

거리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다.

 

문제는 행선지마다 두세 번 갈아타는 환승역.

최근에 완공된 지하철일수록 터무니없다 할 정도로 환승거리가 길었다.

 

3호선,6호선은 내가 처음 타보는 노선이었다.

 

왠 에스컬레이터는 그렇게 많으며,

녹사평역에선

초현대식 역사 건물의 전형이라도 되는 듯 드넓은 허공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외나무다리 걸쳐놓은 것같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다

우연히 밑을 한번 내려다보니 까마득하여  

과연 설계가 튼튼하게 되었는 지 갑자기 걱정되면서 다리가 후들거려 

마치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약수역에서 바쁜 마음에 갈아탔다고 탔는데 가야할 교대역 쪽이 아니라

전혀 엉뚱하게도 거꾸로 동국대역 쪽으로 가고 있었다.

다음 역에 승객들 사이를 황급히 비집고 내려 다시 되돌아오는 건

고역중에 고역 최고봉이었다.

 

 

 

 

5십 년을 보냈던 한양도 타향이다.

 

한양은 피곤하다.

 

 

 

 

다만,

머리카락 세다고 굳이 자리를 양보해주는 젊은이들을 몇 만난 건

이번 나들이의 위안이었다.

 

혹시 모르기에 점심 때를 맞춰

올라가는 고속도로 화성휴게소에서 김밥 한 줄 미리 먹어둔 내 판단에

스스로 찬사를 보내며 혼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