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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시누대,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개나리,뽕나무,이팝나무,두릅나무,소나무,찔레,장미,시누대,배롱나무,감나무,오동나무,동백.

 

집터 둘레 3면이 길이라 빙 둘러 울타리삼아 나무를 많이 심었다.

집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이런나무 저런나무 가리지않고 심었다.

 

추억의 탱자나무도 생각났으나 요즘 세상에 전혀 구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울타리는 개나리를 심었던 것이다. 

 

 

 

 

10년 전,

여기에 터를 잡아 집을 지을 때 이야기다.

 

"이봐,시상에 못쓸게 대나무여..."

내가 시누대를 열심히 심는 걸 보고 버갯속영감님이 말했다.

 

"대나무가 좋은데 우짭니꺼?"

내가 말대답을 했다.

 

"허허, 방구들 뚫고 올라온다니께.심지말어."

또다시 만류했다.

 

"옛날 얘기지요."

나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시누대는 주로 집 뒤편에 심었다.

시누대 뿐만 아니라 오죽도 여기저기 심었다.

 

아아,으악새 슬피우니... 노랫말의 잔영이 남아서일 가, 

바람에 대나무 이파리가 부딪치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왠지 좋았다.

 

 

 

 

부지런히 심었던 나무들이 10년이라는 세월에 다투어 부쩍 자랐다.

이런저런 텃새들이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칠 정도다.

울타리삼아 두서없이 빼꼭히 심었던 나무들이 이젠 울울창창 가히 철옹성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

시누대가 버갯속영감님 말씀대로 너무 번졌다.

 

 

 

 

드디어 나무들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아까웠지만 서재 앞 매실나무도 세 그루를 잘랐다.

 

수돗간을 비롯해서 뒤안의 애물단지 시누대도 오늘 잘라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잘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