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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13화) 삼성까지 뛰어든 산전분야,갈 길은

 

 

 

 

13.

 

 

 

1993년 산전CU의 모습은 복잡다단하면서 다양했다.

 

산전(산전)이란 산업용 전기전자 분야를 의미한다. 기계부문과 전기부문을 포괄하는 산업계의 한 분야를 일컬었다.

 

산전CU는 우리 럭키금성 그룹의 2십여 다른 CU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금성산전, 금성계전, 금성기전 그리고 금성 하니웰의 4개 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인원으로 보면 87백 명. 사업부 단위는 3십여 개입니다. 공장은 창원, 오산, 청주, 천안, 주안, 부평 등 일곱 군데입니다 

생산하는 제품은 산업용 전기전자 제품으로서 제품 종류는 다양합니다. 크게 구분하면 엘리베이터, 주차설비, 자판기, 배전반, 각종 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 운송장비, 빌딩제어, 공장제어시스템 등으로 단품의 제품과 시스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

 

바로 한달 전인 937, 그룹 회장실의 초청으로 트윈빌딩 동관 31층에서 산전의 혁신활동 사례 를 강의할 때 나는 산전CU를 이렇게 소개했다. 어떻게 설명을 하든 딱뿌러지게 산전을 소개한다는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 생활과 가까우면서도 생소한 사업분야라서 전기계량기 만드는 회삽니다 하면 그것만은 알아듣는 시늉을 할 정도였다. 

 

 

 

 

 

 

 

 

 

산전CU는 각각 다른 길을 걸어온 세 회사인 금성산전, 금성계전, 금성기전의 3개 법인회사를 비롯하여 금성 하니웰이 소속되어 있었다. 금성산전 사장이 CU장을 겸직했다. 산전CU럭키금성(현 LG)그룹의 2십여 CU에서 매출이나 인원, 자산 등 규모 면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 위상이었다.

 

 

산전CU가 처해있는 환경은,

산전, 계전, 기전 3사는 대부분의 사업에서 국내시장의 점유율이 1, 2 위였다. 그러나 시장의 지위와 달리 이익 구조가 취약했다.

 

 

 

 

3사는 서로 사업이 중복되어 경영 자원이 분산되는 등 사업의 시너지 면에서 낭비를 초래하고 있었다. 각 사의 독자적인 기술력도 부족하여 T/A(기술도입 협력)에 의존한 기업체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산전과 계전 간에는 특별한 중복사업이 없지만 산전과 기전 간에는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트터 사업이 중복이다. 계전과 기전 사이에서는 88년에 배전반사업을 산전에 일원화한 적이 있으나 범전품과 PLC는 서로 중복된 채 생산과 판매를 해왔다.

중복되는 사업은 같은 시장에서 맞부딪치면서 소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피터지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트윈빌딩 한 건물 아래 위층에서 아침저녁 얼굴을 보면서 시장에서는 사생결단을 해야하는 영업사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산전은 일본의 히타치와 계전은 일본의 후지덴키, 기전은 일본의 미쓰비시와 각각 자본은 물론 기술협력 관계에 있었다. 같은 기능의 제품이라도 기술의 원류가 이렇게 달랐다.

 

산전은 86년에 금성사에서 가져온 엘리베이터 사업을 주축으로 만든 회사다. 계전은 금성통신에서 분리되어 74년에 설립이 되었으나 기전은 다른 길을 거쳐왔다.

산전과 계전은 설립 당시부터 LG의 자매사로 출발했으나 기전은 유니온전기라는 중소업체로 출발하여 서통전기를 거쳐 신영전기의 상호로 1980년에 그룹에 편입되었다.

 

각각 뿌리가 다른 회사이기에 문화나 배경도 서로 달랐다. 각 사간의 이해관계, 사업부간의 견해는 각양각색이었다. 조직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 CU 3사의 통합은 절대적으로 요구되었다.

 

생산거점인 공장은 전국에 걸쳐 일곱 군데로 흩어져 있었다. 산전은 창원과 오산에, 계전은 청주에, 기전은 천안과 서울의 등촌동과 가양동 두 곳을 포함하여 인천의 주안에 공장이 있었다.

 

93년 현재, 3개 사의 매출은 11,626억 원에 경상이익이 512억 원, 인원은 9,132명이었다. 각사 별로 보면 산전이 매출 6,379억 원, 경상이익 365억 원, 인원 4,450, 계전이 2,588억 원, 41억 원, 2,230, 그리고 기전이 2,659억 원, 106억 원에 2,452명이었다.

 

 

산업용 전기전자분야는 산업의 기반으로서 연간 경제성장율을 상회할 정도로 꾸준하게 성장이 예상되었다. 기술 진보의 속도는 빠르지않아 시장에서 신기술에 의한 신제품이 시시각각 출현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산업용 전기사업이 발전, 송전, 배전이 주축이라면 산전 CU가 담당하는 분야는 배전 분야였다. 제품의 기술적 원류로 보면 정지기기가 주력이었다. 제품별 사업별로 규모나 성장성은 제품의 다양성만큼 각각 다른 특징이 있다.

 

 

 

 

경쟁의 측면에서, 삼성그룹이 산전분야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에 삼성이 중전기 분야의 중소기업을 인수하여 산전 업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인 삼성의 진입을 신랄하게 반대했다. 한국 전기공업진흥회에서 진정서를 정부나 관련기관에 올려 여론을 환기시켰으나 막을 도리가 없었다. 삼성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산전분야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도 기술 이전의 회피를 무기로 아시아 시장으로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시장의 개방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환경과 여건이 산전CU에 주는 시사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산전분야의 성장기회는 크다. 그러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벽도 높다. 따라서 먼저 개별제품 사업별로 기본에 철저히 함으로서 사업 기반을 강화해야한다.

해외 선진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신규 참입을 저지하기 위해 국내 선발업체로서 진입장벽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의 자립이 시급하다. ’

 

 

그 동안 산전CU는 산전, 계전, 기전 3사간에 자원의 분산과 중복투자를 피할 수 없었다. 서로 기선을 뺏기지 않으려는 집단 이기심도 있었다. 각 사의 사장들이 알게모르게 자기 회사 몸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룹 자매사 끼리도 경쟁하라는 그룹의 방침이 오히려 여기에 불을 붙였다. 비능률을 알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 사장들이 경쟁적으로 앞장섰다. 사업부장들은 사장의 눈치를 살피며 여기에 따랐다.

 

4개 사를 통할하는 CU장으로 이희종 사장, 계전은 성기설 사장과 나중에 합류한 백중영 사장,  기전은 김회수 사장, 하니웰은 권태웅 사장이 산전CU에서 사장들의 면면이다.

 

사장들의 시각 차와 개별적인 성격, 욕심이 끝내 아랫사람들에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유별난 개성들은 전 조직에 이미 다 알려져 있었다.

년 초 CU내 임원 이동으로 남세현 상무는 얼굴이 개었고 이강룡 이사는 흐렸다 는 표현이 사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우스갯 소리로 흘러 다녔다. 산전CU의 내면의 한 단면을 꿰뚫은 말이었다.

 

 

3사의 통합.  그 작업의 갈 길이 어떠할 지는 알만 했다. 산전CU의 일반적인 환경과  사장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럴수록 지워지지 않는 나의 의문은 결국 이것이었다.

 

‘ 3사 통헙작업을 전무, 상무 많고 많은 임원을 두고 왜 풋내기 이사한테 맡길 가. ’

 

 

(13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