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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87화) 여기는 인도네시아 발리!< LG 스킬 올림픽 ‘96 >의 현장!

 

 

 

 

훌쩍 건너뛰어 3년 후인 96년으로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87화입니다.

 

앞으로 간혹 한번씩 이리저리 뛰다가 다시 돌아올 겁니다.

 

 

 

 

 

 

87.   

 

 

   여기는 < LG 스킬 올림픽 ‘96 >의 현장, 발리! "

 

그가 스케치한 첫마디였다. 그는 산전CU의 활약상을 다음달 발간된 'LG산전' 사보에서 바로 엊그제인양 숨가쁘게 기록했다   

비전기획 팀의 백승로 대리는 현장을 뛰는 장본인이자 특파원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발리에서 보여줄 산전CU가 벌일 ‘ 2부 행사 의 기획과 지휘를 일임했었다.

 

96131일부터 24일까지 닷새동안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벌어진 < LG 스킬 올림픽 ‘96 > 현장은 백승로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우리곁으로 다가왔다 

 

“ 131일 오전에 출발하는 1진 그룹의 임직원들은 전세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이날 오후 발리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한 뒤 대회장 겸 숙소인 누사두아 쉐라톤호텔로 향했다.

 

이번 행사는 21일은 스킬 발표팀과 축하 공연팀의 리허설을 시작으로 2일은 스킬 경진대회 본선과 시상식, 만찬, 축하공연, 3일과 4일은 투어 및 쇼핑, 5일은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 LG 스킬 올림픽 ‘96 >에 임하는 우리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미루어 이번 행사도 참여인원이 절대적으로 많은 전자나 화학CU가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예선을 거친 우수상 이상의 팀 만 참가하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시상은 오직 대상 하나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산전이 대상은 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산전CU가 분발하고 있다는 것을 그룹 내에 확실히 알리자는 데 뜻을 같이 모았다. 발리로 출발하기 전에 산전 < LG 스킬 올림픽 ‘96 > BEST 21 '이 들어가는 응원구호를 미리 준비했다.

이것도 모자라  발리 현장에서  21일 리허설과 저녁식사를 모두 마친 밤 열 시에 모여 한 시간 가까이 연습을 했다. 모두 피곤한 모습이었으나 누구 하나 귀찮아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 내일을 기약하며...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의 현지법인을 포함 모두 6백여 팀이 예선을 거쳤다. CU별로 스킬 경진대회와 그룹의 실사를 통해 선정된 34개 우수 테마 가운데 17CU24개 팀이 스킬 테마를 발표하였다.

우리 CU에서는 물류자동화 팀이 여섯 번째로 발표를 했다. 프리젠테이션 기법이나 내용 면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어떤 팀보다도 좋았다는 반응이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오전 9시부터 일곱 시간에 걸친 발표가 끝나고 컨벤션센터와 만찬회장인 누사인다 홀 사이의 복도에서 칵테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구본무 그룹회장을 비롯해 회장단, 사장단이 임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때부터 우리 산전의 활약은 시작되었다.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산전!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BEST!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21!

 

2, 3, 4 박수를 시작되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던 응원구호를 시작한 것이다.

 

 

 

일상적인 혁신구호가 아니라 재미있고 리듬이 담긴 우리 구호는 금새 다른CU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의 회장단과 사장단도 우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봐 주었다.

 

흥이 오르기 시작한 우리 참가자들은 이희종 부회장과 이종수 CU, 권태웅 사장을 둘러싸고 산전 ‘ BEST 21 '을 연호 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잠시 대상 팀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산전의 참가자들은 이내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내년을 기약하며 우리의 팀 파워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전자나 화학CU에 눌려 움추렸던 대부분의 CU들이 우리를 응원해 주었다.

 

이에 힘을 얻은 우리 참가자들은 회장단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희종 부회장과 이종수 CU장에게 달려가 무등을 태웠다. 홀을 휘젓듯이 돌았다.

 

산전! ’ ‘ 산전! ’ ‘ 산전! ’ ...........

 

우리는 외쳤다.

내년에는 기필코 대상을 타겠다는 암묵의 시위였다. 사진 기자들이 우리에게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이런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어서 축하공연. CU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나와서 꾸며낸 축하공연 또한 CU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었다. 자기 CU의 장기자가 출연하면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쳐댔다. 우리 CU에서는 청주공장의 6인조 악단인 ‘ STARS ’ 가 출연했다.

 

‘ STARS ’ 의 싱어 허정화 사우가 무대에 오르자 모든 CU를 평정했다. 노래에 맞춰 CU의 구분을 할 것 없이 참가자들이 무대 앞으로 진출했다.

구본무 회장도 그 속에 있었다. 모두가 함께 나와 춤을 추고 서로서로 어깨를 잡으며 기차행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CU간의 경쟁은 사라졌다. 모두가 LG인임을 느끼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이윽고 사랑해요 LG ' 가 계속 흘러나오면서 행사는 막이 내리고 있었다. “

 

 

 

 

 

발리 덴파사르 공항이었다전세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친 산전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며칠동안 벌어진 발리의 추억이 모두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나의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 정도라면 며칠 내에 벗겨질게 분명했다. 어제 하룻동안의 자유시간에 이희종 부회장, 이종수 사장, 권태웅 사장 등과 배를 빌려 바다 낚시에 나갔던 후유증이었다. 얼굴이 강렬한 남국의 태양 아래 그대로 익어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서비스산업기기 사업그룹의 장재관 부장이 들고있던 손가방을 부시럭거리더니 뭘 하나 건네주었다.

 

이거 바르십시오. 특횹니다. ”

 

화상 치료제인 아즈렌 연고를 내놓았다.

 

언제 준비했어? ”

 

제가 누굽니까. 상무님 얼굴 미리 알고 가져왔죠. ”

 

그러고 보니 자네 집사람 약국하지? ”

 

우리는 모처럼 한담을 하며 함께 웃었다.

 

우리, 반쯤은 해냈지? ”

 

 " ,그렇구 말구요. "

 

우리는 해냈다는 흥분이 아직 살아있었다.

 

자연스럽게 45일의 < LG 스킬 올림픽 ‘96 >에서 보여준 산전CU의 '무용담 '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역시 압권은 이희종 부회장과 이종수 CU장을 가마를 태워 만찬장을 휘저은 겁니다. 이는 한마디로 산전이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 거죠. ”

 

전력기기의 천성진 과장이었다. 아직도 어조에는 그저께의 흥분이 넘쳐나고 있었다.

 

“ 전자나 화학들러리 오래 섰지?

 

내가 말했다. 그러자 김기웅 부장이 말을 이었다.

 

 산전CU가 랭킹 다섯 번째입니다. 강대국만 돌아가며 다해 먹는데 기 안죽을 약소국 있어요. 백지 한 장 차입니다. ”

담당자로서 아쉬움이 절절이 남는 듯 했다. 전자CU와 화학CU의 높은 벽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이해했다. 언젠가 나도 회장실 스킬 담당임원에게 이와 비슷한 심정을 토로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젠 들러리가 아닙니다. 당당히 올라섰습니다. 베이스캠프는 구축한 겁니다. 이젠 내년입니다. 회장님도 산전에 대해 인상이 달라진 것 같아요. 산전을 알아볼 정도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같이 사진도 찍었지 않았습니까. ”

 

장재관 부장이었다. 동료로서 김 부장을 위로하는 말이었다.

 

바로 그저께였다. 구본무 회장이 발표 행사장 입구를 지나다가 우리 산전의 일행을 알아보았다.

 

아, 다들 산전 친구들이군. "

 

함빡 웃으며 반가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장재관이 순발력있게 구 회장에게 큰 소리로 한마디 주문을 했다.

 

산전 하구 사진 한장 찍으시죠. ”

 

그럼. 영광이죠.허허.  ”

 

건들건들 상체를 흔들며 다가왔다. 아주 기분이 좋다는 구 회장 특유의 몸짓이었다.

 

‘ LG SKILL Olympics '96 ' 이라고 쓰인 포토보드 앞에 우리 산전 일행은 두 줄로 섰다. 이희종 부회장, 이종수 CU, 권태웅 사장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십여 명이 구 회장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가 나를 끌어당기는 사람이 있었다. 하니웰의 권 사장이었다.

 

김 상무가 회장 옆에 서라구. 고생 했는데... ”

 

내 팔을 잡아끄는 바람에 나는 구 회장 옆으로 갔다.  산전 임직원들과 같이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우리가 홀을 휘저으니까 비로소 분위기가 일어났어요. 그리고 '약소국'들이 모두 우리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전자CU나 화학CU에 눌려 움추리고 있던 대부분의 CU들이 적극 호응을 해준 거죠. ”

 

“ ‘ 산전, 산전, 산전,,,,, ’ 만찬장을 돌며 외쳐댔죠. 우리의 이런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고... 대리만족이었습니다. ”

 

나중에는 어느 CU랄 것도 없이 기차행렬을 만들어 영차영차 하며 돈 것도 우리 산전CU가 분위기를 몰아갔기 때문에 된 겁니다. 대상을 타기는 화학CU가 탔는데 오히려 우리한테 완전히 눌렸어요. ”

 

허정화가 나오자 열광이 아니라 광란으로까지 갔죠. 구 회장 헹가래까지 이어졌으니... ”

 

산전CU의 진면목을 보였어.여러분들이 해냈어.이젠 내년이야! ”

 

나의 절실한 마음이었다. 발리의 기세로서 우리는 할 수 있다. 그 원천은 통합의 에너지 이었다. ' BEST 21 '이었다.

 

“ 서울서 준비할 때부터 느껴졌어요. 하나하나 점검하고 장표까지 고치고, 여기 와서도 박수 연습까지 시켰지 않습니까.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산전!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BEST!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21!

 

저더러 선창하라고 지정까지 하셨고... “

 

장재관 부장이 흥이 되살아나는듯 말했다.

 

“ 6백 개 팀의 예선에 17CU, 24개 팀 발표는 어려운 관문이었습니다. 어제 발표가 끝나자마자 대기실로 뛰어오셔서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신 것 감격했습니다. ”

 

물류자동화 유닛 삼박자팀의 박재두였다.

 

저도 딸랑딸랑, 한 말씀드릴께요. ”

 

그룹사운드 <the STARS >의 리더인 이명규 과장이었다.

이 과장은 6년전 내가 청주공장장 할 때부터 < STARS >의 멤버였다. 이제 과장으로 승진하여 <the STARS >의 멤버 중에 유일한 관리자다.

당시 < the STARS >를 육성하기 위해 악기를 새로 구입해주었다.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가 않아 보일러실 2층을 특별히 내주기도 했다.

 

그래 딸랑딸랑 한번 해봐. ”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 발리에 초청받은 유일한 그룹사운드인데 혹시 우리가 잘못해서 전체를 망칠까봐 심장박동이 두배는 뛰었어요. 그래서 리허설을 몇 번이고 했습니다.

마지막 리허설 마치고 무대서 내려오는데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긴장하지 말어. STARS 역사가 몇 년이야.너들은 할 수 있어.이러셨죠.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

 

나도 실은 조마조마했어. 지금 하는 말인데 걱정스럽더라구.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 있나. 안심시키는 도리밖에 없지. 사실 본 게임에 가면 잘 할거라 믿었구. ”

 

나는 뒤늦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유쾌하게 웃었다.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자유스럽게 앉거나 서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성재갑 부회장 수상소감 인사말 들어봤지? ”

그저께 시상식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물었다.

 

“ ......... ........... ............ ”

 

그동안 LG전자를 벤치마킹해서 오늘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영광을 있게 해준 LG전자에 대해 화학CU를 대표하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라고 말했지. 전자CU를 뛰어넘기위해 화학CU가 그만큼 절치부심 했다는 고백이야. 우리도 이 말 새겨들어야 해. ”

 

내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벌이 뭔지, 세계화가 뭔지 잘 몰랐는데 나와보니 확 와닿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모두 영어 아닙니까. 뛰는 CU 위에 나는 CU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장재관 부장이 말했다.

 

우린 이제 자신감을 가졌어. 발리의 보람이야....근데, 내가 실수한 게 하나 있어. ”

 

모두 궁금한 듯 나의 뒷말을 기다렸다.

 

사업그룹장들이 오셔야했는데... 발리의 모습을 보셔야 여러분들이 편해. 하와이가 될지, 태국이 될지 모르지만 내년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룹장들을 모셔야 해.”

 

 

 

(87화끝)

 

 

 

 

 

 

 

 

 

 

김상무 아리랑은 모두 161화이다.

삽화처럼 87화를 오늘 연재한다.

다음 연재는 13화로 다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