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 누운 자리에서 창가에 비치는
천둥 번개에 몰아치는 비바람이 안보아도 매서운 줄 안다.
장맛비란 그렇거니 하며 대충 두었던 서쪽 마루의 물건들이 밤새
날라갈 건 날라가고 비에 온통 흠뻑 젖었다.
두달 가까이 불러온 애타던 가뭄타령은 닷새만에 쏙 들어갔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거나 먹구름이 성내지 않고서야
이런 요란한 비는 처음 본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온 동네는 빗소리로 꽉 찼다.
콩밭에서 산비둘기 쫒는 대포의 포성만
퍼붓는 빗줄기 사이를 지나 간간이 들려올 뿐이다.
장마통에도 산비둘기들이 갓 돋아나는 콩의 어린 싹을 싹뚝싹뚝 간단없이 먹어치우고 있다.
빨간 우산대의 공갈도 허수아비의 눈초리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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