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이랑에 비닐 멀칭하는 날.
8시에 밭에 나가 5시 반에 돌아왔다.
점심 때 잠깐, 새참에 잠깐, 현장을 이탈했을 뿐
우수 근무의 귀감이 될 만한 하루였다.
서리가 내린 날은 따뜻하다.
해가 중천에 이를수록 조끼도 벗어던지고 밀짚모자로 바꿔 썼다.
나도 모르게 원기 백배하여 해지기 전에 열 이랑을 완료.
애당초 여섯 이랑 목표에 대폭 초과 달성이다.
마침 내일 비가 온다기에 서두른 면도 있다.
비가 오면 눌러준 흙을 단단하게 고정시켜주기 때문이다.
멀칭을 하자마자 지열과 습기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게 보인다.
바람이 불면 비닐이 펄럭거려 혼자서 작업을 할 수 없다.
한낮이면 간사지에서 불어오던 마파람이 오늘따라 잤다.
바람 없어 좋은 날인데다,
오복사 강 사장의 조언대로 너비가 큰 110센티 멀칭비닐을 사용한 것이 또한
작업시간을 단축시켜주었다.
잡초 성화는 덜었으므로 하지 무렵에 감자 캐는 일 만 남았다.
대추나무 밑에 앉아 감자밭을 내려다본다.
"이 녀석, 니도 한 잔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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