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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입동 같지않은 입동

 

 

집 뒤 당섬이 보이지않는다. 오늘도 짙은 안개로 새벽을 연다. 일곱 시. 도내나루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안개의 끝에 일손들이 생강밭에 모여 바쁘다. 마을 아낙네들이 생강을 캔다. 버갯속 영감댁 생강밭이 넓다.

 

 

 

 

 

하루 전에 미리 물을 뿌려둔 생강밭을 트랙터가 들어가 생강 포기를 통째로 걷어올려준다. 흙을 털고 줄기를 꺾고 잔뿌리를 잘라내 포대에 담는 작업이 계속된다.

 

안개가 걷히자 갇혀있던 쌍섬이 드러나고 팔봉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햇살이 반짝인다. 한차례 비가 지나면 추워진다더니 여전히 더운 날씨다.

오늘이 입동. 입동같지않은 입동에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삼삼오오 품앗이 일 가운데 나누는 대화는 내내 그침이 없다.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린다. 하루종일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버갯속 영감님 댁 할머니도 지팡이 집고 나와 일손을 보탠다. 갯벌에서 낙지를 잡고 돌아오는 이웃 길손에 막걸리 한 잔을 대접한다. 한 차례 새참이 끝난 다음 농촌 주부의 손길이 다시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