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씨죠."
헐레벌떡 들어오며 나에게 물었다.
"예. 전보 받고 왔습니다."
급히 열쇠를 돌려 책상 서랍을 열더니 명함 한 장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늦어 죄송합니다. 저 인사과 허구연입니다."
".........."
"혹시, 저, 모르시겠습니까."
건장한 체구라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으나 늘 웃는 습관이 몸에 배인듯 인상은 선량 그 자체였다.
".........."
1979년 5월 25일 아침 이른 시간이다. 장소는 서울시 중구 충무로 3가 극동빌딩 17층.
"저가 야구를 한 허구연입니다."
"아, 예."
그때서야 나는 야구라는 말과 시야에 꽉 찬 체격을 조합하며 그를 알아보았다. 평소 야구에 크게 관심을 둔 일이 없었지만 허구연이라는 야구선수는 수시로 들은 바가 있었다. 그는 회사의 인사관리 업무를 맡아서 교육훈련, 채용 분야를 담당했다. 며칠 전에 우리집으로 보낸 전보도 실무자인 그가 친 것이었다.
'5월25일8시내사요망'
(1979년도 6월. 상반기 과장 승진자 삼십여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허구연 사원이 주관했다. 산정호수 호텔에서 산정호수
폭포를 배경으로.)
나는 경력사원으로 과장 보직을 받고 회사에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여덟 시보다 일찍 나갔더니 열쇠 꾸러미를 잔뜩 든 아주머니 청소원들만 먼지를 턴다 쓰레기통을 비운다, 걸레질을 한다 한참 바빴다. 여덟시 반이 지나서야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는 바람에 나는 한시간 가까이 간이 소파에 앉아서 슬며시 짜증이 났던 기억이 또한 생생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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