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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 대련집

 

 

이게 얼마 만이야.  대련집이었다.  대련집 간판이 보였다.

맞다.  이 자리야. 

청계천 고가도로가 벗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80년대 초 대련집에 자주 갔다.  삽십여 년 전이다.  처음 선배들을 따라간 발걸음이

무언 가 끌려서 가게 되었다. 

 

충무로 3가 극동빌딩에 회사가 있었으므로 청계천 쪽으로 걸어내려오면 멀지 않았다. 

이리저리 휘어돌아가는 삼일 입체 고가도로 밑, 건너편은 삼일빌딩이 우람한 관수동

골목 안, 삐걱하며 대문을 밀고 들어가는 전통 한옥, 그 입구에는 '대련집'이라는 서각 

옥호가 무게를 더했다.

 

안채와 사랑채가 이어져 마당엔 비 한방울 안 떨어지게 지붕을 덧씌웠다.  어두침침한

내부에 형광등이 밝았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 힘들어 문간 왼편

화장실에 들러 채비를 하고 들어가는 법도 나중에 터득을 했다.  안채와 대청보다 건너

사랑채가 칸칸이 작은 방이어서 분위기가 한결 오붓했다.

 

돼지고기 보쌈에 배추, 파전,,두부김치,콩비지 그리고 동동주.  어떻게  저장을 했는지

일년 열두달 늘 아삭한 배추쌈이 새삼 기억에 남는다.  취기에 연륜과 사연이 집 안에

어우러지고 녹아내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물씬 났다.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환영회를 꼭 여기를 고집했다.  노래방도 없는 시절이라

관철동으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생맥주 집 입가심도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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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깜짝 나들이가 있었다. 

아침 나절에 을지로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 청계천을 둘러

보았다.  큰 길 위에서 '명박표 청계천'을 내려다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개천으로

내려가서  돌다리를 건너본 건 처음이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안개가 끼어

도심의 청계천은 예상 외로 호젓했다. 

 

 

계단을 올라와서 보니 대련집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자리에 있었다.

하, 그 대련집을 오늘 우연히 보았네.  86년에 회사가 여의도로 이사하는 바람에 퇴근

풍속도가 달라지면서 그동안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건너편에서 사진 한장 찍는 걸로 돌아섰다.  가까운 시일 내 한번 가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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