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 트랜지스터 '라지오'가 처음 나왔던 그 전 전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라지오'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진공관식 산요 라디오가 집에 있었는데 경상도에서는 일본방송이 곧
잘 들렸다.
'라멘,라멘'
어느 날부터 요란하게 라디오 CM 광고를 하는 데 그게 무언지 궁금했다.
그 '라멘'을 라면으로 몇 년 뒤 대학 들어가서 처음 먹어보았다.
그 한 참 후 토요일은 분식일인 시절이 있었다. 군에서도 토요일 점심은
라면을 먹였다.
한 때 취사당번을 했다. 취사 당번의 토요일은 색다른 일로 아침부터
바빴다.
라면을 끓일려면 봉지 하나 하나를 일일이 까야했다. 이빨로 찢어서 라면
봉지를 열었다. 삼백 개가 넘는 그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요새는 아예 단체 급식용 대 포장을 해서 나오는데 그 땐 미처 그런 머리를
못썼다.
어제 한 친구가 오면서 라면을 가져왔네.
맥주 옆에 테입을 붙여 딸려왔다.
무엇보다 라면이 참 반갑네.
라면은 내가 가끔 먹는 유일한 패스트 푸드다. 계란 하나 툭 깨 넣어
시큼한 김치에... 아, 그 맛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