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옥 해장국.
어디서 먹어도 그 맛이 안난다.
나이 탓인가. 분위기 때문인가...
단지 아련한 추억이 개미를 더할 뿐이다.
69년이라고 기억하는데...
명동 국립극장에서 야간촬영이 있었지.
-미워도 다시한번- 인가 뭔가.
통금 시절이니까 밤을 새워 촬영을 했어.
문 희.
귀국 독주회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어.
아 그런데 왜그리 NG를 내는지.
한 컷 찍는데 밤이 다 갔어.
알고보니 문희가 활이 되면 손가락이 안되고
손가락이 되면 활이 안 움직이는거야.
하여튼 밤새 그것만 찍었어.
나, 엑스트라로 갔지.
2층 관중석의 신영균 뒷줄 옆에 옆에 그 옆에.
새벽이 되니 감독이 결국 포기하더구마.
엑스트라로 데리고 간 친구가 안내를 하더군.
청진동으로 가자구.
명동에서 청진동으로 새벽 이슬 맞으며 걸었지.
다동을 지나 무교동 서린동 까지 거쳐서.
아, 그
해장국 맛.
아, 그
짜릿한 소주 한 잔.
통금 풀린 새벽의 청진옥.
어디선가 무얼하고 밤샘 끝에 몰려온 사람들.
북적북적... 왁자지끌...
피맛골 해장국 맛의 비밀은 바로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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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이 글을 썼냐구요.
오늘 어느 잡지사 기자와 피맛골 이야기 끝에
지난 날 엑스트라 갔던 삽화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