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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금 긴 이야기...빨간 나비 넥타이

  

 

 

 

  96년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닷새동안 인도네시아의 발리  < LG 스킬

올림픽 ‘96 > 현장이다.

 

  “ 1월31일 오전에 출발하는 1진 그룹의 임직원들은 전세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이날 오후 발리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한 뒤 대회장 겸 숙소인

누사두아 쉐라톤호텔로 향했다.
   이번 행사는 2월 1일은 스킬 발표팀과 축하 공연팀의 리허설을 시작으로 

2일은 스킬 경진대회 본선과 시상식, 만찬, 축하공연,  3일과 4일은 투어, 

5일은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이번 행사에 임하는 우리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미루어

이번 행사도 참여인원이 많은 전자나 화학CU가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우수상 이상의 팀 만 참가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시상은 오직 대상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산전이 대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산전CU의 혁신의지를 그룹 내에 알리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발리로 출발하기 전에  ‘ 산전 ’과  ‘ BEST 21 '이 들어가는 응원구호를

준비했다.  전날 리허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열 시에 다시 모였다. 

여독이 풀리지 않았으나 연습과 연습을 거듭했다.  내일을 기약하며...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의 현지법인을 포함 모두 6백여 팀이 예선을 거쳤다. 

이 중 각 CU별로 스킬 경진대회와 실사를 거쳐 선정된 34개 우수 테마에서

17개 CU의 24개 팀이 발리에서 발표하였다.
   우리 CU는 물류자동화 팀이 여섯 번째였다.  프리젠테이션의 기법이나

내용 면에서 어떤 팀보다도 좋았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근 일곱 시간에 걸친 발표가 끝나고 컨벤션센터와  만찬회장인 누사인다 홀

사이에서 칵테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회장단과

사장단이 < LG 스킬 올림픽 ‘96 >에 참가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곧 이어질 만찬장에서 < LG 스킬 올림픽 ‘96 >의 대상 발표되면서 축제

공연은 절정을 이룰것이다......."

 

   남아있는 당시의 기록이다. 오늘 읽어보니 < LG 스킬 올림픽 >의 흐름과

분위기가 그대로  되살아난다.  < LG 스킬 올림픽 >은 LG그룹의 혁신활동

경진대회다. 

   이십 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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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서론이 길었다.  < LG 스킬 올림픽 >을 구구절절 설명하려는 게 아니다.

 

   98년도 스킬 올림픽은 인화원에서 열렸다.  인화원은 LG의 연수원이다.

   하루 종일 발표가 끝나고 만찬장에 참가자 모두가  모였다.  각 회사별로 정해진

테이블은 활기가 넘쳤다.  대상이 발표되기 앞서 부페 식사가 시작되었다.

   빨간 나비 넥타이를 맨 어떤 사나이가 테이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약간의 곱슬머리, 빨간 타이가 멀리서 단연 돋보였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인화원에 근무하는 이 병남 상무였다. 시선은 빨간 타이의

이 상무에게 쏠렸다. 

   코믹한 면도 없지않아 보자마자 웃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 상무는 진지했다. 

   "많은 분들이 오늘 저의 집에 오셨습니다. 저가 이 보 타이를 맨 건 조그만

정성입니다. 손님에게 저는 최선을 다하고 손님들이 즐거우시면 저의 보람

아니겠습니까."

 

   빨간 나비 넥타이의 그 때 이 상무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뒤로 나는 집에서 가끔 나비 넥타이를 맨다.  우리 집에 오는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좋다. 오신 분도 나도 서로 즐겁다.

 

   이 상무는 지금 인화원 원장이다.  그 양반 못 본지 십 년이 돼가네그려...

 

   그건 그렇고... 올핸 나비 넥타이 맬날이 몇 번 있을라나...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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