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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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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에 앉아서 햇살이 비켜드는 이른 아침 시간이 일하기에는 참 좋다. 상쾌하다. 생기가 돈다. 그 시간에 밭에 나간다. 보이는 게 일. 밭에 가면 무슨 일이든, 할 일이 있다. 오늘은 대파밭과 쪽파밭에 잡초를 뽑았다. 철 지난지가 언젠데 '날 좀 보소!'하며 아직도 달려나오는 알토마토를 본 김에 따주었다. 흩뿌려둔 얼갈이배추도 솎아주고.
바구니 속에 든 즐거움 제철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무서리가 내리고 된서리가 올 때까지 얼굴을 내민다. 지나갔을 뿐 끝난게 아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방울 토마토 한 그루. 지금이 한창이다. 가지가 뻗어나고... 꽃이 피고. 오늘도 듬뿍 물을 주었다.
지못미!...올해 마지막 가지나물 음식도 제철이 있다. 식재료 채소가 일년내내 채마밭에 있는게 아니다. 노지재배 작물일수록 더 그렇다. 한동안 소나기 퍼붓듯 열렸던 가지가 끝물이다. 아침저녁으로 건들바람이 일자 가지꽃이 작아지고 열렸던 가지가 꼬부라졌다. 시엄시엄 내리는 늦여름 장마에 부추는 아직 신났다. 그러나 부추도 두어 주일 지나면 꽃대가 올라오고 잎이 어새지면서 마른다.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늙은 가지가 주렁주렁 달린 가짓대를 들춰 뽑아내는데 언젠가 한동안 유행했던 말, '지못미'가 뜬금없이 왜 떠오를까.
비 오는 날의 채마밭 엊저녁까지만 해도 비 소식이 없었는데 오늘 꼭두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지난 주말 뜻밖의 춘사로 사나흘 채마밭 발걸음을 걸렀기에 오늘 내리는 비는 고맙기 그지없다. 물 주는 일을 덜어준다.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며 서둘러 이른 아침에 채마밭을 다녀왔다. 오늘 첫물로 딴 가지 한 개와 미인고추 다섯. 대파 다섯 뿌리, 이 또한 반갑고야. 나를 즐겁게 한다.
첫 오이... 오이 겉절이의 추억 올해 처음 딴 오이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줄줄이 열릴 것이다. 해마다 그랬듯 숭숭 썰어 뚝딱뚝딱 집사람이 만들어 낸 햇오이 겉절이 맛... 풋풋하고 상큼하다. 변함이 없다. 이 맛으로 채마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다.
채마밭에서 손자들과 모종을...
채마밭은 가까울수록 좋다
새싹 봄배추 솎음 첫 솎음 배추. 새싹배추를 솎아낸 다음엔 차분히 물을 줘야한다. 남아있는 녀석들의 뿌리가 자칫 들뜨지 않도록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집에 있는건 모두 큰 것들 뿐이어서 며칠 전 읍내 나들잇길에 그릇가게에 들러 3천 원 주고 예쁜 물조리개를 일부러 하나 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