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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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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추웠다 화신이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다. 지난 겨울은 추웠다. 30여 년만의 한파라고들 했다. 마당에 수선화와 동백꽃. 비로소 꽃대가 오르고 꽃봉오리가 자리를 잡았다. 채마밭에 개불알꽃도 이제야 깨어난다. 다들 고생했다.
누구보다 꼼꼼하게 살림을 잘하는 주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유난히 노랗게 시든 파를 많이 사 온 것이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든 파를 사 오자 딸이 물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왜 시든 파를 사 왔어?"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본인이 농사지은 것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요새 많이 편찮으셨나 봐. 며칠 만에 밭에 나가보니 파들이 다 말랐다지 뭐니." 시든 파라도 팔러 나오신 할머니를 본 엄마는 돌아가신 시골 할머니 생각이 나신다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어느 분이 e메일로 보내주신 이 글을 읽고 한동안 걸음이 뜸했던 채마밭에 내려가 보았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우리집 대파 밭... ... ... 잔잔히 감동을 주는 이런 글들이 좋다. 읍내 재래..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배추는 살아있다 ‘겨울이 되고서야 소나무와 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어디 송백뿐이랴. 겨울 채마밭에 배추. 지난 가을 김장배추가 그대로 남아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맹추위가 그동안 몇 날 며칠이던가. 봄날 식탁에 봄동 겉절이.... 그리고 노란 배추꽃 필 때를 기다려 삼동설한을 넘길 태세다.
가지와 풋고추 "우리가 한햇동안 먹는 상춧값 채솟값만 얼마나 될까?!" 버릇처럼 매양 하는 문답을 오늘도 집사람과 나눴다. 봄 이후 여름을 지나 지금까지 푸성귀를 마트나 시장에서 사다먹은 적이 없다. 텃밭 채마밭이 있다는 장점이자 내가 직접 가꾼다는 이점이다. 입동, 소설을 지나 김장철. 배추 김장무 대파야 지금이 제철이다. 그러나 가지와 풋고추. 무서리 된서리 노지 칼서리에 모양새는 다소 흐트러져도 꿋꿋한 기상이 고맙다. 휘어꼬부라진 가지 하나, 똥짤막해진 고추 한 개에서 신의와 성실을 배운다.
'5G 상추' 재배법 귀촌 16년에 상추 재배에 이젠 도가 텄다. 나의 상추 사랑은 각별하다. 밥상에 갓버무린 상추겉절이가 푸짐하게 놓여있으면 마음이 절로 넉넉해진다. 밭에서 돌아올 땐 소쿠리 안에 상추가 들어있다. 상추 종류도 여러가지라 그때그때 입맛대로 발길 머무는 곳 손길 가는대로다. 미리 따다둘 필요 없이 먹을 만큼만 솎아오거나 아예 통째로 한뿌리를 뽑아온다. 언제든, 수시로... 들락날락... 이것이 텃밭의 재미이자 채마밭의 장점이다. 우리밭에서 일년 사계절 내내 재배되는 작물이 상추다. 눈보라 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5세대, 이제 갓 돋아난 어린 새싹 상추부터, 서너 달 전에 심은 1세대, 이파리가 늙수구레한 치마 상추까지... 흑상추, 적상추, 녹상추, 꽃상추, 청상추, 치마상추가 시계열별로 저마다 대표..
올해 농사계획(5) 채마밭 한 평 만들기 기껏 나이 70에, 한 평 남짓 밭 한뙤기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새삼 알았다. 본채와 서재 건물 사이 뒤안에 있는 조그만 공터는 귀촌 초기 야심차게 설치해 만든 골프 연습장이었다. 그동안 운동은 뒷전, 방치해두었더니 철골조는 녹이 슬고 둘러쳐 있던 실망은 삭아 없어졌다. 바닥은 ..
귀촌일기- 병원 검진 결과 보는 날 텃밭...집의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 채마밭...채소를 심어 놓은 밭. 텃밭과 채마밭의 차이가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일부러 씨뿌려 가꾸지도 않는데 철따라 자연이 제공해 주는 자연산 들나물들... 냉이, 웅구, 쑥, 달래, 돈나물, 머위가 마당 여기저기 한켠에 터를 잡고..
귀촌일기- 채마밭의 작은 행복,큰 즐거움 월동 배추를 보면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이런 배추는 '조선천지'에 없다!" 집에 딸린 채마밭이 있다는 즐거움을 가감없이 나는 이렇게 표현한다. 어디 배추 뿐이랴, 꽃상치가 있고 시금치도 있다. 며칠 전 내린 함박눈이 살며시 녹자마자 보란듯 배시시 드러나는 채마밭의 채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