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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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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태우며'... 낙엽길을 걷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읽었던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낙엽이 소복히 쌓인 앞산 오솔길을 사박사박 걷는다. 낙엽을 애써 긁어 모아서 태우는...
잡초를 태우면 거름이 된다 자투리 밭뙈기다. 자주 양파를 심을 요량이다. 트랙터로 로타리를 치기 전에 사전 정리작업을 해 두어야 한다. 여름 내내 기세등등 온통 잡초로 뒤덮였던 동밭을 예취기로 깎고 이틀동안 가을 햇살에 말렸더니 까칠해 졌다. 갈고리로 긁어 모아 태웠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잘 탄다. 하얀 연기에서 구수한 냄새가 함께 피어난다. 이 또한 우리 농촌의 서정 어린 냄새다. 가을은 뭔가를 생각하는 계절... ' 낙엽을 태우며 '의 이효석이 생각난다.
귀촌일기- <시레기를 삶으면서> 한동안 무심했던 마지막 시레기를 삶았다. 처마 아래 빨랫줄에서 겨울을 보냈던 무청 시레기다. 시레기가 동이 나면서 봄이 온다. 적막했던 지난 겨울의 아쉬움인가, 시레기가 소리를 낸다. 뽀글뽀글 끓는다. 귀로 들리는 소리에다 눈요기 또한 흥겹다. 시레기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구..
귀촌일기- 가을은 태우는 계절 하늘이 푸르다. 마른 잡초 거북데기를 걷어다 태운다. 타는 소리가 아름답다. 냄새 또한 구수하다. 연기가 즐겁다. 가을은 태우는 계절. '낙엽을 태우며'라는 어느 분이 쓰신 수필이 생각난다.
귀촌일기- 낙엽을 태우며 어느 작가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내가 태우는 건 낙엽이 아니다. 잡초 검불이다. 여름 내내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