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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낙엽을 태우며'... 낙엽길을 걷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읽었던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낙엽이 소복히 쌓인 앞산 오솔길을 사박사박 걷는다.
낙엽을 애써 긁어 모아서 태우는... 커피 내음에서 생활의 의욕을 느끼는...  그런 운치를 온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요새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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