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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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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뽑았다? 며칠 전에는 두 개, 오늘은 네 개. 집사람이 무를 갖다달라기에 다른 일 하다 말고 무를 캤다. 작년에 땅에 묻어두었던 월동무는 마흔 개다. 긴 겨울을 지나면서 짬짬이 캐 먹고 아직도 스무 나무 개는 남아있으렸다. 오늘 서산 롯데마트에 갔다가 판매대에 붙어 있는 무 값 가격표를 보고 저절로 나오는 혼잣말... "본전 뽑았다." 초가을에 무 씨앗 뿌려 물 줘 가꾸고, 구덩이 파서 땅에 묻어 월동 시킨 수고로움...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무 반 개를 잘라 1.290원이라... 790원짜리도 있다... 통무를 1/4로 잘라서 파는 건 오늘 처음 보았다. 세상살이가 어쩐지 각박해 진다... 물가가 이래도 되나?
월동무...긴 겨울의 끝 무는 바람이 들면 끝이다. 전통방식대로 역시 땅에다 묻는 게 최고다. 얼었던 흙을 걷어냈더니 월동무가 예쁘다.
무청 시래기...월동 준비 끝! 농부의 일상에 끝이란 없다. 되풀이 되고 끊임없이 할 일이 생겨난다. 어제 김장무를 뽑아 월동 무 삼아 땅에 묻었다. 잘라낸 무청은 시래기가 된다. 처마 밑 빨랫줄에 널었다. 올핸 겨우내 먹을 만큼만 만들기로 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남아돌았다.
월동무 저장 그동안 동밭 웃자리에 저장무를 묻어 왔는데 올해는 마당 서쪽편의 뒤안으로 옮겼다. 겨우내 꺼내먹기가 가깝게 되었다. 볏단 한 개와 비닐 한 장을 준비하고 구덩이를 팠다. 밭에서 뽑아온 무가 40여 개. 무청을 잘랐다. 구덩이에 볏짚을 깐 다음 무을 거꾸로 가지런히 배열했다. 짚을 덮고 비닐을 다시 덮어 물이 스며들거나 혹한에 얼지않도록 대비했다. 흙을 얹져 가볍게 밟아주었다. 잘라낸 무청은 처마밑 걸대에서 시래기가 될 것이다.
땅속에 월동무...몇 개나 남았을꼬? 호밋자루 하나 들고 가면 된다. 겨울을 지나며 수시로 꺼내먹는 무. 월동무다. 지난해 초겨울에 쉰 개가량 묻어두었는데 이젠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월동 무...오늘 처음 캤다 현관 안에 비닐 거름부대로 둘둘 말아 두고서 겨울내내 먹던 무가 드디어 싹이 나기 시작했다. 바람마저 들었다. 바람이 든 무는 푸석푸석해서 먹을 수 없다. 내다 버렸다. 초봄 이맘때를 대비해서 동쪽 밭 귀퉁이 땅에 묻어둔 무가 있다. 월동 무다. 오늘 캤다. 싱싱하다. 필요할 땐 손으로 볏짚을 헤집어 슬슬 캐 내면 된다. 무 걱정은 덜었다.
한파가 들이닥친다기에... 도내수로에 얼음 구멍치기 낚싯꾼이 나타날 정도로 며칠 전 추위는 충청도답지 않게 길고 매서웠다. 밭에 무는 얼지않았다. 크기가 크지않아 단단해서 여간해서 얼지않는다. 밭에다 그대로 두고서 수시로 빼다 먹는 용도인 월동무다. 다음 주에 한파가 다시 들이닥친단다. 혹시 또 몰라 거름부대에 두 자루를 주섬주섬 뽑아담아 현관 안에 가져다 두었다. 이미 땅 속에 묻어둔 무 50 개는 동밭에서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무를 많이 먹는 편이라 마음이 든든하다.
볏짚의 추억, 김장배추 월동하기 볏짚은 쓸모가 많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곤포사일리지 작업하기 전에 볏짚을 몇 단을 제깍 구해다 간수해 놓아야 한다. 며칠 전 월동무를 땅에 묻는데 깔판과 덮개로 볏짚을 사용했었다. 어릴적 눈썰미로 봐둔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룻밤 물에 담가 둔 볏짚 가닥으로 묶어 배추 몇 포기를 싸 주었다. 노지에서 남아도는 김장배추의 겨울나기다. 남쪽 축대 밑이라 내년 봄까지 간다. 어느 봄날 샛노랗고 아삭한 되살이 봄배추로 거듭날 거다. 소소한 귀촌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