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과

(45)
햇배, 첫 수확... 단감 그리고 모과는... 배를 땄다. 올해 햇배다. 노랗게 잘 익었다. 배나무 몇 그루 중 대문간 초입에 배나무가 가장 많이 열었다. 18년 전, 귀촌 초기에 우리집에 올때부터 고목이었는데 올해따라 가장 많이 열어주었다. 우리집 단감나무는 해거리가 심하다. 작년에는 전혀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가지가 휘늘어질 정도다. 늦은 봄날 감 꽃이 필 때부터 쳐다보며 가을이 심심찮게 그저 열어주는 대로 감사할 뿐. 주워 담은 모과가 한 바구니다. 모과나무에서 제멋에 겨워 저절로 떨어진다. 사다리를 놓고서 높은 가지를 쳐다보며 몸을 뒤틀어가며 애써 따지 않아도 모과는 자연낙하의 순리를 잘 따른다.
모과꽃이 무슨 일로 이다지도... 마당에 모과나무가 몇 그루 있다. 지붕 높이나 되는 큰 놈, 처마 밑에 자그마한 놈 세 그루. 모과꽃이 활짝 피었다. 마당 평석에 앉았더니 보인다. 간밤에 비가 내렸다. 올 따라 촘촘히 많이 피었다. 꽃 하나하나마다 모과가 여는 건 아니지만 얼마나 익어갈지... 못생겨도 좋다, 많이만 열어다오.
마지막 모과 두개 모과가 저절로 떨어지고 이제 두 개 남았다.
역시 모과는 모과 오늘도 감을 한 바구니 땄다. 한꺼번에 많이 못 딴다. 나무에 달린 홍시를 기다리기엔 서두를 건 없지만 곧장 추워진다. 대봉감에 비해 모과가 고마운 건 자유낙하를 해준다는 점이다. 장대를 들고 애써 딸 필요가 없다. 해마다 때가 되면 모과나무 밑에 노랗게 잘 익은 모과가 떨어져 널부러져 있다. 개량종 모과는 토종에 비해 모양새가 다소 매끈하다. 아무래도 모과는 모과. 모과는 역시 우락부락한 그게 매력이다. 굵기도 하거니와 모과 향도 짙다. 올해, 모과가 많이 열었다.
마당에도 가을이... 우수수 느티나무 잎이 바람에 진다. 앞 계단 옆에 모과도 제 무게에 자유낙하했다. 이름 모르는 꽃들... 가을 야생화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혼자 피고 진다. 우리집 가을은 온통 노랗다.
가을이 익어간다 감나무 밑에 떨어진 대봉감을 보면 저만치 가을이 온 걸 안다. 돌계단 사이 그늘진 돌계단 사이에 돋아난 버섯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줄 안다.
단비 내리는 8월 초하루 8월 초하루. 비가 내린다. 밭에 내려가 물 주는 수고는 덜었다. 비 온다기에 서둘러 심은 배추 상치 모종들을 생각하면 내마음에 꼭 든다. 기다리던 단비. 이런 날,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처마밑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며...
모과꽃... 풍작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