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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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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동네가 감태 만들기 가로림만 개펄 갯골은 감태 천지. 걷어와 감태를 만든다. 손길이 많이 가서 마른 감태 한 장 만들기가 쉽지 않다.
마을부녀회 윷놀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월대보름에 마을 척사대회가 열렸다. 마을 축제 같이 시끌벅적했다. 이런 행사를 주관하던 남정네들은 외지로 나가거나 어느새 늙어버렸다. 그나마 마을 부녀회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여자들이 쎄다. 갈수록 그렇다.
만추...가을비에 젖다
만추...도내리
변덕스런 가을 날씨... 귀촌 농부의 하루 가을 날씨가 왜 이러냐? 하루 걸러 흐렸다 갰다를 되풀이 한다. 변덕이 심하기론 봄 날씨랬는데... 기온마저 뚝 떨어졌다. 어젠 비가 내렸다. 콩 타작에 고구마 캐고 누렇게 익은 벼 추수가 줄줄이 그대로 남았는데 ... 생트집을 잡듯 지금 내리는 비는 아무짝에도 쓰잘데 없다. 동쪽 하늘에 구름이 꺼림칙하긴 해도 구름 사이로 빗겨 나는 햇살을 받으며 밭에 나갔다. 건들바람이 선뜻 지나가더니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배추밭에 잡초 뽑기를 멈추고, 집사람이 부탁한 몇 가지 채소를 주섬주섬 서둘러 챙겼다. 빗방울. 곧장 장대비다. 바닷가가 아니랄까봐 뻘게 한 마리가 실내로 들어와 어슬렁거린다. 하수상한 날씨에 놀랬나? 억조 창생에 부지기수... 이것도 인연이렸다.
햇배, 첫 수확... 단감 그리고 모과는... 배를 땄다. 올해 햇배다. 노랗게 잘 익었다. 배나무 몇 그루 중 대문간 초입에 배나무가 가장 많이 열었다. 18년 전, 귀촌 초기에 우리집에 올때부터 고목이었는데 올해따라 가장 많이 열어주었다. 우리집 단감나무는 해거리가 심하다. 작년에는 전혀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가지가 휘늘어질 정도다. 늦은 봄날 감 꽃이 필 때부터 쳐다보며 가을이 심심찮게 그저 열어주는 대로 감사할 뿐. 주워 담은 모과가 한 바구니다. 모과나무에서 제멋에 겨워 저절로 떨어진다. 사다리를 놓고서 높은 가지를 쳐다보며 몸을 뒤틀어가며 애써 따지 않아도 모과는 자연낙하의 순리를 잘 따른다.
토란대 수확 개시, 첫날 엊그제 비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덥다 덥다 하던 때가 바로 얼마전인데 이제 곧장 뭇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에 얼음이 얼게 될 것이다. 토란 밭에 토란대를 서둘러 수거해야 한다. 벌써 이파리가 누릿누릿 하다. 땅 속에 있는 토란은 가을 햇살에 비대기를 거치며 알토란이 되지만, 토란대는 서리를 맞기 전에 쉬엄쉬엄 건사를 해야 한다. 토란대를 잘라, 그늘에서 말려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 남아있다. 오늘이 그 첫 날.
박하지 간장게장과 가을 낙지 이른 아침,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았더니 어촌계 김 계장이었다. "낙지 몇 개 허구 박하지 쬐끔 가져 왔쓔!" 하며 한 마디 던지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어제 도내나루 앞 개펄에 나갔던 모양이다. 낙지도 가을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른다. 박하지도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나면 속살이 찬다.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돌게 박하지는 뭐니뭐니 해도 간장게장이다. 집사람 손에서 박하지는 곧장 간장게장이 되었고, 산 낙지 몇 마리는 점심 밥상에... 도내리에서도 바닷가 쪽인 안도내 여기는 농촌이자 어촌 마을이다. 農漁 겸장 복합촌에 사는 재미가 또 이런 것. 이러구러 9월이 가고 내일은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