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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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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대봉 홍시나 따 볼까 대봉은 대봉이다. 감나무 가지에 달려있을 땐 모르는데 따서 보면 역시 묵직하고 굵다. 직박구리나 까치들이 홍시로 익는 족족 분탕질로 남겨두질 않는다. 보초를 설 수도 없고... 언제 날아들었는지 알 수 없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감을 따기로 했다. 그동안 단감을 한 두개 씩 따서 햇감 맛을 보긴 했다. 알미늄 감따기 장대 아구리를 양파망으로 끼워 단단히 묶었다. 작은 크기의 나이론 그물 양파망이 안성마춤이다. 오늘은 대봉감. 내일부터는 축대 밑에 감나무 세 그루와 대문간 입구에 단감이다. 감따기 장대를 대문간 입구에 세워 두고 들며 날며 시간이 나는 대로 슬슬 따면 된다. 높이 달린 건 미우나 고우나 어차피 까치밥이다.
직박구리와 고라니 우리 채마밭에 고라니떼가 지나갔다. 상치를 싹뚝싹뚝 잘라먹었다. 그것도 위에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서. 마당에 감나무 세 그루. 아침마다 조회를 하듯 직박구리가 떼지어 날아온다. 먹다가 떨어뜨린 홍시가 맛있다. 고라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고... 사람도 먹고. 이게 자연이다.
진짜 홍시맛! 감나무 밑에 가면 풀밭에 홍시가 떨어져 있다. 체면 불구, 입가를 훔쳐가며 깨진 홍시를 그자리에서 줏어 먹는 맛... ... 까치가 파먹다가 떨어뜨려준 홍시가 더 맛있다는 걸 아는 사람만 안다.
까치는 복숭아보다 배를 좋아한다 노랗게 잘 익어가는 배나무가 막바지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까치떼가 번갈아 날아와 파먹기 시작했다. 분탕질로 배나무 아래가 어지럽다. 배봉지를 씌웠는데도 요리조리 찢어내고 파먹는다. 날카로운 부리에 찍히고 나면 상하거나 봉지째 떨어진다. 냄새를 어찌알고 날아드는지 영악스럽다. 얼마전 몇 개 따먹은 복숭아 백도는 날벌레가 기어들긴했어도 까치가 건드리지 않았다. 까치는 복숭아보다 배를 좋아하는가 보다.
짐승에 대하여 인간도 동물이다. 인간을 제외한 네 발에 발톱이 있고 털을 지닌 포유류 야생동물을 짐승이라 부른다. 짐승이란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살아있는 모든 것을 뜻하는 衆生에서 비롯되었다는 학설.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을 우리는 禽獸라고 한다. 배나무 근처가 어수선하다. 배 봉지가 널브러지고 잘 익어가는 배를 파먹다 말았다. 심술이 이만저만 고약한 게 아니다... 한편으로, 금수만도 못한 인간을 생각하면... 날짐승 몇 마리 날아와 쬐끔 해코지 했기로서니... ...
이런 고얀놈 봤나?! 마당에 자그마한 복숭아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해마다 복숭아 꽃은 애써 만발하지만 탐스럽게 복숭아가 열린 적이 없다. '올해도 도화가 피었구나...' 무미건조하게 계절성 감탄사 한번 읊조리는 걸로 지나가곤 했다. 며칠 전, 지나다 보니 크기가 제법 튼실한 복숭아 두 개가 예쁘게 열려 있었다. 올핸 모처럼 복숭아 맛을 보려나 일찌기 없었던 기대를 하며 진디물, 벌 등 해충 방지용 봉지를 제깍 씌워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늘 아침이다. 봉투가 날카롭게 찢어 발겨지고 그나마 한 개는 땅바닥에 떨어져 나딩굴고 있었다. 어린 복숭아도 여러 곳을 예리하게 찍혀 상채기가 났다. 까치 아니면 직박구리, 어느놈 소행인가?
귀촌일기- 날씨, 이런 날도 있다 올가을은 비가 잦다.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앞뜰이 온통 호수처럼 보인다. 비가 와서 물이 고였기 때문이다. 바섬을 한 뒤 곧장 논을 갈아두는 건 내년 농사를 대비하는 농부의 부지런함이다. 트랙터로 논을 갈다가 바퀴가 빠져 옴짝달싹을 못해 다른 집 트랙터가 동원되어 꺼내주는 해..
귀촌일기- 대봉홍시 맛! 뉘가 알리오 하나 둘 떨어지는 대봉 홍시들. 아침 산봇길을 돌아오다가 감나무 밑에 들러 까치가 먹다가 익어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는 맛. 모양새는 그래도 홍시의 진맛이다. 참 달다. 아까워서 더 맛있다. 홍시의 맛은 한두 번 뭇서리가 와야 한다. 감잎은 떨어지고 매달린 감들이 축 늘어져 가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