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밭에 강낭콩 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다. 과연 강낭콩 꽃이 파랗냐 빨갛냐... 말씨름은 언제나 단골 소재였다. 시인이, 강낭콩 꽃이 푸르다고 했으면 푸른 것이다. 강낭콩 꽃이 필 때면 부질없는 논쟁에 열을 올리곤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축대 계단 아래 밤나무와 대추나무. 밤꽃이 피었다. 대추 꽃도 핀다. 간밤에 내린 비가 이슬이 되어 영롱하다. 이슬인가? 빗방울인가?... ...
눈 여겨 위를 올려다 보지 않으면 지나친다. 가을이 무르익어 밤송이가 벌어지고 대추가 떨어져야 비로소 밤나무, 대추나무 존재를 알 때가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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