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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06, 그날의 개성공단 방문기

 

 

오늘 서재 책상 서랍에서 나온 그날의 <방문증명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발행하는 '여권' 이다.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 - 수유리 4.19 묘역 근처- 에서 하루 종일 안보 교육을 받고 미리 취득했었다.

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가스를 공급하는 운송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므로 '개성공단 LPG 공급 및 안전점검 업무'가 방문목적으로 기재되었다. 

 

 

2006년 3월 29일. 파주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통해 아침 8시에 모여 당일 개성공단 출입자 단체로 줄지어 출경 했다. 마치 인천공항에서 출국, 입국 심사를 받듯이 '출발'과 '도착' 스탬프 도장을 받았다. 

 

철조망 비무장 지대를 지나는 순간, 비로소 '딴 세상'으로 간다는 걸 탱크로리 조수석에 앉아 차창 너머로 실감했다. 푸르고 울창한 숲이 끝나고 갑자기 민둥산 연속이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북한 병사들... 하나같이 키고 작고 새카맣게 야위었다. 조금전까지 본 허우대 좋은 우리 장병들과 대비가 되었다.

 

2006년 당시 공단으로선 초창기라 30여 기업이 입주했는데 몇개 기업을 둘러보았다. 의류공장, 성형 사출기 공장, 주방 기기 공장 등. 노동집약적 공장으로 개성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빼곡히 줄 지어 앉아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단 곳곳에 소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5명이 1조인듯 무리 지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다섯 명 중 셋만 열심히 일할 뿐 둘은 놀고 있었다. 한 명은 공사 책임자이고 한 명은 당에서 나온 감독이라나... 하는 설명을 개성공단 직원에게서 듣고 실소했다.

 

 

공단 직원의 안내로 공단 외곽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외빈들이 오면 접대하는 고급 식당이었다. 장식이 요란하고 카라오케 시설도 있었다. 뭘 먹었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식당 내프킨에 그림 한 장을 남겼다. 창 너머로 보이는 개성 송악산. 카메라를 소지할 수 없었으므로 유일한 그날의 기록물이다. 이 그림을 내 지갑 속에 넣어두었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다. 희미하게 빛이 바래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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