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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41화) "미쓰비시와 결별은 산전의 비극이요!"

 

41.

 

 

이제 산전의 내일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지금 까지가 현상 파악과 과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시간을 보냈다면 미래의 산전 설계는 탑 매니지먼트의 몫이었다.

탑 매니지먼트가 고심해야 할 테마다. 그걸 다루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산전의 비전을 정립하는 일이다.

 

그리고, 터부 시 되었던 민감 사항인 최고경영자의 롤( Role )도 짚어보아야 했다. 이것은 자율경영의 본질을 되새기는 일이었다. 앞으로 조직 운영의 기본이 될 위임전결과 연결이 될 과제다.

 

 

이 시점에서 통합에 따른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있었다. 갈등과 저항이었다. 예견된 일이었었다.

 

에이플랜의 검토가 구체성을 띄고 깊이 있게 접근할수록 조직 내부에서는 너나 없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통합의 전개와 최종 모습에 관심이 고조되어갔다.

 

앞으로 그려질 통합산전이 가는 길에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대입시켰다. 당연한 일로서 개개인의 호 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엘리베이터 사업은 산전과 기전, 송배전 사업은 계전과 기전에서 중복사업이다. 돌아가는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 주력사업인 엘리베이터 사업의 향방은 산전CU 전체의 초점이었다.

 

합작선을 고려한다면 PLC 사업도 함께 얽혀 있었다. 오랜 기간 자본과 기술이 이중 삼중으로 얽힌 실마리를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엘리베이터 사업의 향방을 두고 이희종 CU장과 김회수 사장 간에 흐르는 기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부의 조직은 조직의 생리상 상위자의 일거수 일투족 행동반경을 곁눈질을 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상위자가 흔드는 깃발 아래 뭉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점점 이희종과 김회수, 산전과 기전이라는 영역 이기주의로 비화될 조짐이었다.

 

사업부장들도 사장이 설정한 소신에 따라 동조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사원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우려했다.

 

 

“ 미쓰비시와 결별은 산전으로서 비극이요! 내년, 95년 1월이라는 시한을 정해 놓고서 무조건 통합으로 가는 건 위험천만이요. 미쓰비시가 우리와 떨어지고 가만 있을 것 같소? 결국 국내 경쟁사 하나 더 만드는 결과를 자초하는 거요. 두고 보소. ”

 

김회수사장의 표현은 거칠었다. 

 

 

산전CU의 통합이라는 대의명분에 정면에서 반대를 할 수 없을 따름이지 각론에 대한 저항은 지뢰밭처럼 도처에 잠재해 있었다. 이러한 조직의 정서가 나의 발목을 잡고 갈 길을 막았다. 표면적인 에이플랜 프로젝트의 과정보다도 더 힘든 또 하나의 과정이었다.

 

 

어떨 때는 끝이 안 보이는 형국이었다. 3사 통합이라는 빡빡한 에이플랜의 일정을 이끌어가는 데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고달팠다. 이러한 기류는 이희종 CU장이 잘 알고 있었다. (4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