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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39화) '우리것 화'

39.

 

 

94년 1월 4일. 트윈 타워 대강당에서 갑술년 새해 산전CU 시무식이 있었다. 이희종 CU장은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오늘 우리가 한해동안 추진하고 실행해야 할 경영방침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는 CU 통합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7월, 우리 산전CU의 통합이 대외적으로 공표된 바가 있습니다. 우리 산전CU는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경제 정책에 발을 맞추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만든 비전을 앞당겨서 실현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사업활성화 팀 즉, <에이플랜 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이제 통합을 가시화시키기 위한 시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즈음하여 나는 여러분들에게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CU 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산전CU가 2천년대 산업용 전기 전자분야에 있어서 일류기업이 기필코 되어야 한다는 바로 우리 비전 달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는 일상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변화에의 대응, 우리에게 주어진 변화를 기회이자 자산으로 삼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리 제품은 우리의 분신으로서 ' <우리것 화> ' 를 이룩해야 한다는 강한 집념과, 스스로 모험에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이 없이는 오늘날의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업은 우리가 개척하고 맡은 바 직분에 책임을 지는 사업가 의식을 다져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신념과 주체성이 뿌리를 내릴 때 성취감이 충만한 조직문화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앞으로 산전CU가 지향하는 목표의 하나 입니다.

 

 

산전CU의 통합은 산전, 계전, 기전 3사의 단순한 물리적 합병이 아니라 융합과 조화로서 시너지가 창출되는 진정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입니다.

지금까지 중첩된 사업, 조직 기능, 투자 등 미래지향적 관점과 위치 분석을 통해 과감히 정돈하고 재편성함으로써 효율성 한층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사업분야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신규사업을 위한 여력의 확보와 해외 시장으로 뻗어가는 힘을 더욱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앞으로 산전CU 비전의 달성과정에서 서서히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고 보람된 삶의 터전이 일구어지는 우리 산전을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 모두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적극적인 참여와 컨센서스의 바탕 위에서 빈틈없이 추진해 가야 하겠습니다. CU 통합에 이르는 과정에 대내외적으로 극복해야할 많은 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그러나 ‘ 산전CU의 미래는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 ‘임을 명심하여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희생한다는 각오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이희종 CU장의 새해 시무식 신년사는 내가 썼다. CU장의 평소 지론과 철학을 압축하여 표현하였다. 수첩에 적어 두었던 메모를 보면서 단어 하나 하나를 선택했다. 이희종 CU장의 평소 호흡에 맞추어 생동감 있게 있는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 변화와 대응,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자 자산 ‘, ’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희생한다는 각오 ’는 CU장이 평소 즐겨 사용해온 지론이었다.

 

' 우리것 化 '라는 표현도 신년사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 우리것 화 '는 에이플랜 팀의 내부에서 에이플랜 멤버들에게 내가 강조해온 워딩이었다.

지난날 우리가 받아들인 선진 기술이나 경영 기법을 흉내만 내지 말고 발전시켜 독창적으로 정착시키고 재창조하자는 의미였다.

 

신년사에서 이희종 CU장의 입을 빌려 ' 우리것 화 '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나오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에이플랜 팀장인 나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은 이희종 CU장과 전략의 방향성을 교감하는 일이었다. 탑과 스탭 간에 호흡을 맞추는 일이야 말로 전략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길이었다. 

 

 

여기, 신년사에서 언급된 ‘ 에이플랜 ’은 이희종 CU장으로서 대외적인 공식적인 표현으로 처음이다. <에이플랜> 작업을 신년사를 통해 비로소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 해 8월이었다. 산전, 계전, 기전 3사의 산전CU의 통합작업이 착수된다는 소문에 산전 CU 4사를 망라하여 조직 전반에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반년의 시간이 흐르자 어느 정도 무드 업이 되었으므로 본격적인 기정사실화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표면상으론 차분하나 내부적으로는 비등점(沸騰点)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39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