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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40화) "다 같은 임원이 아니야!"

40.

 

 

 

에이플랜 팀의 작업은 점점 속도를 더해 갔다.

 

작년(1993년) 8월에 시작할 때는 모두가 얼떨떨했다. 목소리들은 요란했으나 몸은 움츠러들었다. 드러나는 듯 했으나 감추어져 있었다. 앞장 서지도 않았다.

에이플랜에 대한 의견 개진이나 제안은 없었다. 현상을 잘 몰랐고 앞으로 전개될 추이에 대해 소신을 가질 처지가 아니었다.

 

6개월 정도 지나자 달라졌다. 에이플랜의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했던 긴장감이 정리되어 차츰 안정되었다.

 

 

최근 석 달 동안 실무관리자 중심으로 진행된 '송배전기기', '자동화시스템', '공정제어', '엘리베이터', 'PLC', 'Sensor', 'Th. Valve' 등 <중복사업의 워크샵>은 규모나 횟수 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로 방대한 것이었다.

 

12월 7일의 < 엘리베이터 >, 12월 15일 < PLC >, 12월 23일 < 송배전기기 사업의 전략방향 >에 대해서워크샵 결과는 경영회의에 순서대로 보고하고 토의되었다.

 

11월 8일과 12월 23일의 두 번에 걸쳐 < 12개 주요사업의 진단 >의 결과 보고가 있었다. 이 보고를 위해 크로스 펑셔널한 워크샵을 포함하여 부문 토의가 34회에 이르렀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에이플랜 팀 멤버들은 완전히 녹다운 일보 직전이었다.

 

12월 7일, <통합에 대한 사내 의식의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 산전의 조직과제 >에 대한 경영회의 멤버인 <톱 매니지먼트 워크샵>이 제주 그랜드 호텔에서 있었다.

 

 


 

 

 

 

 

 

 

< A-Plan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자를 만들어 사업부장과 전 임원들에게 배포했다. 1, 2차 보고회 내용을 간추려서 산전의 실상과 과제를 설명했다.

 

에이플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목표를 알리고 이해하는 수준의 차를 해소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에이플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첫 작업이었다. 일부 임원들은 사업부 자체적으로 복사하여 관리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일일이 설명하기가 귀찮아 아예 복사를 해서 나누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럴 단계가 아니었다. 임원들이 소화하여 조직원들에게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해달라는 뜻에서 ‘임원용’ 이었다. 대량 복사는 기밀의 유출을 의미했으므로 사업부장들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켰다.

 

 

 

새해 들어 1월 14일에는 자판기, VCB, Relay, Valve 등 4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 품질향상 파이롯 프로젝트 >를 위한 태스크 팀이 가동되었다.

한편으로 < A/S Speed 향상 플랜 >도 착수했다.

 

1월 19일부터 2월말까지 자동창고, 물류자동화 공정제어, 제어기기 등 < 적자사업 활성화 방안 >을 검토하기 위한 에이플랜 팀과 사업부가 협업으로 워크샵을 진행했다.

 

2월 1일에는 < a 레터 > 제 1신이 발간이 되었다.

 

2월초부터 사원 대상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주요 12개 주요사업에 노출된 우리 산전의 과제에 대해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연수원에 총체적인 일정을 잡도록 했다. 나는 계층 별 교육시간에 두 시간씩 시간을 내서 빠짐없이 참석을 했다.

일부 사업부에선 전사 교육 일정과 별도로 초청하여 자기사업을 중심으로 강의를 부탁하는 열의를 보였다. 나는 원근이나 인원의 다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해주었다.

 

 

2월 18일에는 < 제 1회 품질 연락회의 >가 열렸다. < 품질 향상 파일롯 프로젝트 >의 내용이 경영회의에 보고되었다.

이날 보고과정에서 일어난 자초지종을 활자화하여 < a 레터 >에 실었다. 이 내용이 일부 경제지 등 외부 언론에 보도되어 ‘신선한 충격’ 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 내외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곧 이어 3월에는 < 신생산전 CU의 공통목표 >와 < 6개 사업의 전략 보고회 >, < 3차 중간 보고회 >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었다.

 

또한, 앞서 보고에서 도출된 주요 과제에 대한 실적 결과보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4월에 들면 사업부장을 대상으로 < 사업조직의 운영 방향 >의 토의를 위한 워크샵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2 차에 걸쳐 CU장을 비롯한 경영회의 멤버의 워크샵이 개최될 예정이다.

경영회의 멤버 워크샵은 < 조직요건의 명확화 >와 < 조직의 기본구조 >가 주요 테마다. 드디어 금성산전, 금성계전, 금성기전 3사 통합에 따른 조직의 기본 윤곽에 서서히 접근하는 셈이었다.

 

에이플랜팀에서는 개별 사업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 사업가치 >를 도출하고 그룹핑을 하였다.

산전CU가 생산하는 제품은 각종 산업 즉, 건설업, 제조업, 관공서,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사회의 생활기반을 정비하는 두 가지의 사업목적이 있었다. 건설업, 제조업, 관공서, 서비스산업은 산전CU의 주요 고객이었다.

 

 

 

< 3차 중간 보고회 >에서 에이플랜에서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4개의 < 사업영역 >을 확정했다. 장시간의 토론과 논란이 있었으나 큰 수정 없이 통과되었다.

고객과 사업목적이라는 두 관점에서 ‘ 빌딩설비의 고 기능화 ’, ‘ 플랜트 자동화 ’, ‘ 서비스 산업고도화 ’, ‘ 전력이용 효율화 ’로 정리했다.

< 사업가치 >에 따라 < 사업영역 >이 정리됨으로써 사업의 방향성이 명확해지고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산전은 靜中動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부산한 움직임이 있었다. 움직임은 점차 가속도가 붙었다.

 

변죽을 울리며 때로는 감추어진 소리가 더 요란했다. 에이플랜이라는 이 정도의 프로젝트에서 이런 정도의 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무슨 일이든 가쁜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럴수록 에이플랜 팀의 역할이 분명해져 갔다. 통합 산전으로 가는 큰 틀에서 벗어나거나 논쟁이 일어날 때에는 언제든 어디든지 달려가서 촉진과 조정, 지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에이플랜 팀으로 자리 매김이 되고 있었다.

 

 

 

“ 임원이라 해서 다 임원이 아니야. 임원 중에는 아직도 대(大)부장 수준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이 많아! “

 

이희종 CU장의 불만이었다.

 

에이플랜 추진 과정에서 여러 갈래의 임원상(像)이 저절로 파악이 되었다. 에이플랜의 진척상의 효율을 위해 임원의 수준이랄까 차별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 임원을 일률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보다 차등의 필요성을 느꼈다. 에이플랜에 임하는 자세의 유형에 따라 에이플랜 팀장으로서 대응이 각각 달라야 했다.

 

에이플랜 팀 전체 멤버의 토의를 통해 전 임원과 공장장을 대상으로 ‘ 행동 ’과 ‘ 말 ’을 두 축으로 하여 구분해보았다. 구체적인 데이터에 의해서 분석이 된 것이 아니라 에이플랜 팀 멤버들이 현장에서 느낀 정성적인 수준의 차이를 종합해본 것이었다. 실무자인 에이플랜 멤버들이 현업에 나가 접촉했던 사실을 그대로 표현한 결과다.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교의 자료였다. 혹시나 발생할 부작용을 예상하여 타이핑을 하지 않고 보안유지를 고심했다. 이런 자료까지 만들어야 할 정도로 에이플랜 프로젝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 에이플랜 팀은 또 하나의 활동을 주관했다.

94년 1월 11일. 어느날과 다름이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그러나 이 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하루였다. 에이플랜 팀의 좌표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 날이었다.

 

에이플랜 팀이 선도하는 < 사업부 Member Training >이었다. 매킨지로부터 습득한 지식과 스킬을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사업부 멤버들에게 매킨지로부터 에이플랜 팀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전파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공유하는 첫날이다.

 

“ 김 이사. 이번 통합작업은 공부도 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자질도 높이고... 그런 좋은 기회야. ”

 

에이플랜이 출범할 때 강조한 이희종 CU장의 말이 뇌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에이플랜을 수행하는 나로서 하나의 지침이었다.

지난해 년 말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된 <에이플랜 팀 멤버십 트레이닝>에서 사업부 멤버들에 대한 교육용으로 교재를 정리했었다.

 

 

“ 과거에도 수없이 했습니다.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 그만이었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할 것 같습니다. ”

 

에이플랜 팀 멤버들은 약간 흥분해 있었다. 배운 것을 가르친다는 즐거움과 결과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단 하루의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와는 다르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거기에는 문제해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명확한 프로세스가 있었다.

 

 

< 12개 주요사업 >, < 중복사업 >과 별도로 다시 < 6개 사업 >에 대해 사업전략을 검토하는 프로젝트가 계획된 일정대로 착수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SCADA, 교통관제, Fork Lift, 변압기, Inverter, 공기압기기 등 여섯 개 사업에 대해 사업별로 별도의 TFT를 구성했다.

 

< 12개 주요사업 >의 검토와 진행 내용은 비슷했다. < 12개 주요사업 >검토 때는 에이플랜 팀이 주축이 되었다면 < 6개 사업 >은 해당사업부가 주도하되 에이플랜 팀이 사업부를 지원하는 형태를 취했다.

 

6개 사업부는 2, 3 명의 인원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사업부장은 전략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을 도모하는 주체였다.

 

 

에이플랜 팀과 사업부 간에는 ‘ 공통의 언어 ’가 필요했다. ‘ 공통의 언어 ’는 작업의 효율을 위해서 필요한 인프라였다. 이것을 에이플랜 팀이 먼저 공유시켜야 했다.

 

바로 < 사업부 Member Training >이었던 것이다. 각 사업부에서 선정된 팀원에 대한 사전 교육이 진행되었다. 케이스 스터디 중심의 교육 형태로서 에이플랜 팀으로서는 전달 교육이었다.

 

 

보고서의 장표에서 통일성이 일어났다. 작업의 어프로치에서 생각의 바탕이 같아졌다. 하나의 표준이 만들어져 갔다.

 

표준은 편리하고 자료의 공유가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표준화는 평준화를 가져왔다. 보고 배우는 기운이 일어났다. 경쟁심도 일기 시작했다.

전사적으로 자료가 공유되었다. 보안유지라는 불명확한 이유로 사장되고 있는 자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 사업부 Member Training >은 산전CU에 있어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지식 전달의 사례였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인재육성의 새로운 패턴이 에이플랜 팀을 통해 실현되었다. 우리의 자질을 높이는 계기의 가시화였다. 그것은 인재육성을 여는 여명과 같았다.

 

 

 

사업부별 킥 업이 1월 12일부터 일주일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모두 참석하면서 사업부 간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사업부의 특수성을 비교하고 우수 사례를 소개하면서 여타 사업부와 공유하도록 조율했다.

 

사업부장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신감을 보였다. 변화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안쓰러움도 없지 않았다. 오히려 사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안 해본 일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사업부별 킥 업은 아래위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산전의 앞날을 여는 출발이자 비전이었다.

 

< 사업부 Member Training >은 짧았다. 그러나 파장은 계속 이어질 것임이 분명했다. 작지만 시도는 계속되었다. (40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