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상무 아리랑

LG93-98 김상무 아리랑(28화-2) 비가격 경쟁력

28-2

 

 

“ 비가격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이 사업의 KFS입니다. ”

 

 

범전기기 제품의 유통에 종사하는 고객을 인터뷰한 결과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고객의 <메이커 스크리닝 프로세스(maker screening process)>를 검토하면서 비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 고객은 릴레이션십, 제품력, 신뢰성 등에서 열세인 메이커를 먼저 탈락시킵니다. 비가격적인 항목에서 메이커간의 차이가 없을 때 값이 싼 제품을 선정합니다. ”

 

MCCB, MS, 산업용 ELB 등 범전기기의 경우, msp를 4 단계로 설정했다. 첫 단계는 릴레이션십 즉, 기존의 친분관계, 두 번째가 기종 수와 성능, 세 번째는 신뢰성과 이미지, 마지막 단계가 가격이었다.

 

“ 그러나 우리 영업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가격 타령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제품이 하나 둘 싸구려로 둔갑해버렸어요. 현대, 아남, 동아와 똑같은 물건으로 취급을 받아요. 금성 브랜드 달고 창피합니다. ”

 

“ 1차 고객이든 최종 고객이든 마케팅 전략에서 비가격 경쟁 요소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 기술은 이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고객의 마음입니다. ”

 

 

 

 

 

 

 

 

 

 

범전제품 판매 영업사원의 지금까지 일반적인 주장과 다른 <고객 인터뷰> 결과를 두고 토론은 계속되었다. 범전기기와 공구 사업분야에서 토론된 내용은 이러했다.

 

 

제품의 차별화가 시장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앞으로의 고객은 다소 가격이 높아도 제품과 품질에서 만족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해 갈 것이라는데 일치했다. 

95년으로 예상되는 수입선 다변화가 해제된 이후에 심각한 타격이 일어날 건 명백했다. 후지, 미쓰비시 제품이 15% 이상 비싼 가격으로 들어와도 우리 기존 고객을 뺏기리라는 전망이었다.

 

 

따라서 글로벌 제품 수준의 제품 개발을 다변화 해제 한 해 전까지는 완료해야 했다. 신제품 출시나 기종을 변경할 경우 공장에서 생산라인의 안정을 기하는 한편 잠재 고객에게 홍보하는 데 일 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했다.

 

 

“ 내후년(1995년) 산전CU 통합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계전 청주공장, 기전 등촌동공장으로 분산되어 있는 개발, 설계 기능을 서둘러 통합하는 길도 있습니다. 각각 16명, 10명 합해 봐야 26명입니다. 그에 비하면 후지는 127명입니다. ”

 

“ 늦어도 내년 3월말까지는 설계부문 만이라도 먼저 통합 합시다. 시너지를 위해 급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공동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

 

“ 글로벌 제품에 추격이 아니라 이젠 능가해야 합니다. 마스터 플랜이 없습니다. 개발 기종을 압축하여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중단된 기존 기종에 대한 추가투자도 선별 검토해야 합니다. ”

 

 

 

------------------

 

 

 

범전기기 제품 분야에서 계전, 기전이 통합됨으로서 창출되는 효과를 산출해 보았다.

 

92년도 기준으로 매출은 1,025억 원이 1,150억 원으로 증가하고, 경상이익율은 16%에서 24%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재료비율에서 46%에서 40%로, 노무비, 경비가 17%에서 14%로 떨어졌다.

조직 통합으로 얻어지는 여유 인원과 이익의 증가분을 장기 마스터 플랜에 따른 투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결정이 가능했다.

 

 

 

 

 

 

 

-------------------

 

 

 

“ 전동공구는 품질, A/S에서 고객의 평가에서 경쟁사인 Bosch, 히타치, 마키다 등 수입품에 비해 크게 열세입니다. A/S의 질과 불만 처리 대응 측면에서 83%, 77% 수준입니다.

반면에 품질 대비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만족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전 전동공구에 비해 해외 글로벌 수입품은 47%, 삼성은 16%, 계양은 14%가 가격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공구 시장에서 저가제품입니다. 고객의 KBF는 A/S와 품질에 가치를 두면서 가격을 생각하는데 이를 외면해왔습니다. 하이 엔드로 사고의 전환이 급선무입니다. “

 

“ 프로페셔날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의 하자는 바로 고객의 밥줄을 빼앗는 거와 같습니다. ”

 

 

천안공장 생산 현장에서 외주업체의 부품 단납기 공급 관행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수입검사의 특채도 고질적인 요인이었다. R&D 설계부문에서도 불완전한 시작상태에서 무리하게 양산에 돌입하는 일이 많았다. 

 

'시간을 엉뚱한 곳에서 보내다가 마지막에 가서 허둥지둥' 한다는 자조적이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개발 일정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따지고 보면 외주 협력업체가 아니라 모기업의 총체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의 문제였다.

 

 

“ 설계, QC, 생산이 모두 참여하는 외주품질 향상 TFT를 가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철저히 지키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합시다. ”

 

“ 계양에서 삼성의 그리스 타입 햄머드릴에 대항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 신제품이 출시하자마자 문제가 발견되어 전량을 회수하여 보완했습니다.

그러나 기전의 경우 38BA 햄머드릴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판매를 했습니다. 그 다음 신제품이 출시되어도 고객은 기피하였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각 출시를 중단하고 회수를 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

 

 

결국 실패비용의 증가는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나빠지면서 손익면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전형적인 후진성의 단면이었다. 

 

 

 

-------------------

 

 

 

“ 이젠 정상 가격을 고수해야 합니다. 덤핑이 심하여 계양과 가격차가 벌어질수록 저가품 이미지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

 

 

기전이 계양에 비해 제조원가는 4%포인트 낮았다. 반면에 판매관리비와 영업외 수지차에서 7%포인트가 높았다. 수익면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물량과 제품 가격의 차이였다.

따라서 기전의 전동공구가 수지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격인상으로 제값 받기와 고정비의 절감이었다.

 

 

“ 수출 가격도 문젭니다. 수출 단가가 국내가의 80% 수준입니다. 계양은 수출 포션이 8%밖에 안 됩니다. 기전은 작년 29%에서 금년 상반기에 34%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보다도 낮은 가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

 

" 올 공구사업부 매출 400억 원에 수출이 30%입니다. 작년(1993년) 금성기전 전동공구 수출이 우리나라 공구업계 최초로 1.000만 불을 넘어섰고 올핸 1.500만 불을 전망하는데 제품의 질적인 안정 없이 해외시장만 늘인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닌거죠. "

 

 

이러한 개선을 전제로 마케팅의 4P (Product, Pricing, Promotion, Place) 분석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는 일이 과제였다.

 

한편으로, 나쁘게 정착된 브랜드 이미지의 일소를 위해 세계적인 메이커와 제휴를 함으로서 새로운 브랜드의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금성 Bosch'라는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는가 하는 아이디어였다.

 

 

 

 

 

 

 

-----------------

 

 

 

Core Competence는 고객이 얻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경쟁사와 비교하여 차별화가 가능한 기업의 자산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는 요소다. ’

 

고객에 대해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독자의 가치를 제공하는 핵심역량이라고 정의했다. 공헌도, 차별성, 확대 가능성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Gary Hamel과 C. K. Prahalad는 <Competing for the Future>에서 말했다.

 

“ 그렇다면 산전CU의 Core Competence는 무엇인가? ”

 

“ 정부기관 등 사회 인프라 제공자와 건설업체를 위시한 사회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고객과 유대관계입니다. 이러한 릴레이션십을 통해 수주, 가격, 신규시장 개척 면에서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 특약점 등 물류의 흐름 즉, 영업망입니다. 고객 밀착의 영업활동이 가능한 우리의 강점입니다. 기존 서비스 네트웍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신규 경쟁자에게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될 겁니다. 앞으로 핵심역량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 산업용 기기의 단품 제조 기술입니다. 네트웍(Network) 기술에 컨트롤(Control) 기술력을 추가하여 산업용 시스템 분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제안, 구축, 메인터넌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는 앞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SCADA, 공정제어, 철도신호와 도로교통, BAS 분야입니다. ”

 

“ 전력, 제어 관련기술 분야야말로 장기간 축적된 산전의 기반기술입니다. 전력기기, 초고압, 엘리베이터, 인버터 말입니다. ”

 

“ 양산체제입니다. 현장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생산능력입니다. 여기에는 현장의 숙련된 제조 인력이 있다는 장점도 포함됩니다. ”

 

 

 

 

에이플랜의 첫 작업인 <12개 주요사업의 활성화> 작업 과정에 현상파악을 통한 <사업 진단>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본사의 영업과 공장의 생산, 가격과 품질, 내수와 수출, 원천 기술, 투자, 인력, 핵심역량...  등, 서브팀장 중심으로 벌어진 많은 토론의 주제에 대한 잠정적 결론은, 우리 제품들이 비교 경쟁우위는 있으나 핵심역량에서 절대적인 강점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어정쩡했다.

 

향후 전개될 고부가가치의 사업영역으로 진입하는데 많은 숙제가 있었다. 알면서 못한 일이었다.(28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