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고향은 경남 진주다. 정작 고향마을은 시내 도심지에서 십여 리 떨어진 산간 한촌이다. 이런저런 대소사로 간혹 내려가긴 하나 종종걸음치며 되돌아올 뿐 고향땅을 차분하게 마음먹고 밟아본 건 16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쌍나란히 있던 동구 밖 저수지며 마을 들머리 삼거리 샘터는 흔적이 없고 내가 자랐던 언덕바지 함석집도 짐작만 할 뿐이었다. 오롯히 되살아나는 건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뿐.
2. <관촌수필>을 꺼내 읽으면 작가 이문구 선생의 고향 충청도 청양의 관촌마을 정서나 내 고향 진주 망경동 섭천마을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불과 60여 년 전이다. 귀에 쟁쟁하고 눈에 훤하다. <관촌수필>을 통해 그 시절을 회억하는 재미... 그래서 관촌수필을 곁에 두고 간혹 꺼내 읽는다. 잊혀져간 추억을 자분자분 복구해 가며.
3. 집을 떠나 한 달여만에 돌아왔더니 논길 가운데 팔각 기와지붕의 정자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신발을 벗고 올랐더니 때가 때인지라 발이 가차없이 시렸다. 마을 안길도 아니고 경운기나 트랙터 농기계가 지나다닐 뿐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는 여기에다 왜 세웠을까. 이 엄동설한에 서둘러 뜬금없이.
4. 그젠 팔봉산 둘레길을 갔다가 황당한 모습에 놀라버렸다. 초입의 오르막 언덕길 옆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차없이 버혀지고 있었다. 팔봉산은 영산이라며 이 고장이 자랑하는 명산이 아닌가. 불과 몇 년 전, 명당자리로 삼아 애써 터를 닦고 세웠던 <오청취당의 시비>도 이제 빛을 잃었다.
어즈버, 그 어느날 내 고향 찾아오는 이 있어 <관촌수필>의 심정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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