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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날씨, 이런 날도 있다








올가을은 비가 잦다.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앞뜰이 온통 호수처럼 보인다. 비가 와서 물이 고였기 때문이다. 바섬을 한 뒤 곧장 논을 갈아두는 건 내년 농사를 대비하는 농부의 부지런함이다. 트랙터로 논을 갈다가 바퀴가 빠져 옴짝달싹을 못해 다른 집 트랙터가 동원되어 꺼내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는 늦장마 가을비가 다들 반갑지 않다. 








홈통을 두드리며 내려가는 빗물 소리에 잠을 깰 새벽까지 밤새 비가 내렸다. 거실 창틈으로 스며드는 아침 공기가 심상치않다. 조반 뒤 늘상 시작하는 걷기 운동을 나설 즈음에는 바람까지 불어 소매깃으로 스며드는 체감온도는 영하가 분명하다. 비 온 다음에는 추워진다더니 말 그대로 이젠 겨울로 가긴 간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건 자연 현상이다.


집을 나서자 곧장 눈발이 흩날렸다. 함박눈이다. 첫눈이다. 눈발이 굵어 제법 내리려나 했는데 싸락눈으로 바뀌었다. 그런 싶더니 우박이었다. 녹두알만 하다. 들바람이 세찼다. 준비해간 마스크를 꺼내 코 앞을 막고 귀마개 모자를 다시 눌러 썼다.











점심 무렵에는 잠시 햇살이 돋았다. 이 때다 싶어 대봉감을 땄다. 서리가 내린 다음 가지에 달린채 제대로 익은 홍시를 맛볼가 했더니 번갈아 들이닥치는 까치떼 직박구리 등쌀에 홍시가 될 때까지 남아나질 않는다. 멀근 하늘에 여우비가 따라왔다. 이왕 시작한 일, 늦추면 안될새라 열심히 감을 땄다. 까치밥 몇 개는 남겨두었다.


멀리 오소산너머 먹장구름은 걷히지 않았다. 저녁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바람이 매섭다. 내일 아침은 얼음이 얼게 분명하다. 마당에 있는 구아바 화분을 서둘러 처마밑으로 일단 갖다놓았다. 서둘러 현관 안으로 들여다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