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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어제 하루 이야기: 가을비 희비쌍곡선







수리계장 조 씨네, 버갯속영감님네, 이웃 박 회장네, 어제 뚝방길을 지나다 보니 바심한다고 다들 야단이었다. 앞뜰은 황금 들녘. 누렇게 잘 익은 볏단은 콤바인의 기계음에 빨려들어가는 족족 알곡으로 탈곡되어 나온다.

이럴 때 비가 오면 안되는데... 수매하러 간 나락이 물벼라고 퇴짜를 맞으면 한해 벼농사가 도로아미타불되기 십상. 아무작에도 씰데없는 비라고 하늘을 쳐다보며 탄식을 할텐데... 웬 또 비. 또 비가 온다... 홈통으로 내려가는 빗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나는 어제, 아마도 이번이야 말로 올해 마지막 잔디깎이가 될터이다 하면서 마당에 잔디를 깎아주었다. 실은 추석 전에도 그렇게 생각하며 잔디를 열심히 깎았는데 연이은 태풍에 짬짬이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잽싸게 잡초가 먼저 돋아나 마당이 다시 어수선해졌던 거다.





뒤란에 정구지 부추밭은 부지런히 먹는다고 먹어도 남은 부추가 늘 웃자라 질겨서 더는 먹을 수 없다. 예취기를 돌려 깔끔하게 잘랐다. 올해만 해도 세 번째다. 지금 내리는 비가 되레 잘 되었다. 잔서리가 내리기 전 지금쯤 한번 잘라주면 보드라운 새싹이 다시 돋아나 부추나물 부추전으로 가을 식탁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엊그제 뿌린 봄동시금치, 월동 꽃상치도 이번 비에 제대로 싹이 날 것이다. 마늘도 그렇다. 때맞춰 잘 심었다. 텃밭 작물은 열 번 물 주기 보다 한 번 내리는 비가 낫다.





잠결에 들려오는 빗소리의 희비쌍곡선... 비가 오면 오는대로... 그래, 엊그제 지붕도 고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