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가로림만의 남쪽 끝자락에 도내 마을. 당산 고갯길을 돌아서 내려가면 도내나루가 있고 그 앞이 개펄이다. 질펀한 개펄이 봄철 바지락 캘때는 조개 밭, 한겨울에 굴 찍을 땐 굴 밭이요, 낙지 철에는 낙지 밭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이 빠지면 갯벌 바다가 밭이 되는 것이다.
농부가 채마밭 가듯 사시사철 물 때에 맞춰 개펄에 나가면 소출이 있고 소득이 생긴다. 어촌을 끼고 있는 갯마을이라 농부가 어부다. 하긴 나도 갯가 주민이기에 '맨손어업' 세금을 내고 면허증을 가진 어부의 한 사람이다.
봄철에 쬐그맣던 새끼 낙지가 여름을 지나면서 통통하게 자랐다. 박이 익어가는 이제부터 제철 낙지의 계절이다. 저녁무렵에 '낙지 가져가유.' 하는 목소리로 옥향할머니로 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더운 여름 한동안 손 놓고 있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자 심심풀이로 바다에 나가보신 듯. 한두 마리 잡으면 꼭 나에게 주신다. 물론 낙지값 조로 용돈을 쥐어드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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